加 밴쿠버 한인여행사 차량, 美 오리건 고속도로 주행중 빙판길 미끄러져 30m 굴러
26명 부상… 상당수 한인 추정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미국 오리건 주 펜들턴 시 동쪽 고속도로에서 빙판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버스가 30m 비탈을 세 바퀴 구른 뒤 바위에 부딪혀 겨우 멈췄다. 오른쪽 아래에 사고를 당한 버스의 모습이 보인다. 사고 발생 5분 만에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지만 워낙 큰 사고여서 39명의 탑승객 가운데 9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오리건 주 공식 웹사이트
미국 서부에서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한국인 등 39명이 탑승한 관광버스가 빙판길에 미끄러져 9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 사상자 다수가 교민과 한국인 관광객일 것으로 우려되지만 정확한 신원은 파악되지 않았다.
사고를 낸 관광버스는 캐나다 밴쿠버의 한인 여행업체인 미주 투어&트래블 소속으로 이날 오전 10시 반경 오리건 주 동부 펜들턴 인근 84번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중이었다. 미국과 캐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버스는 눈과 얼음이 덮인 노면에서 중심을 잃고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언덕 아래로 30m가량 굴러 떨어졌다. 버스가 3차례나 구르며 바위 바닥에 처박히는 바람에 사상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버스는 바위 바닥에 멈췄지만 좌석 사이에 낀 승객 39명에게는 엄청난 충격이 전달됐다. 일부는 부상한 채 차를 빠져 나왔지만 일부는 버스 내에서 숨이 멈췄다. 9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참사였다.
부상자 21명은 펜들턴 세인트앤서니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5명은 이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다른 시설로 옮겨졌다. 부상자 중에는 16세와 17세 한인 청소년도 포함돼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2년 전 한국에서 밴쿠버로 이주했다는 17세 한인 청소년은 “승객 다수가 한국 일본 대만 사람이다”며 “앞쪽에 앉은 승객들이 더 심하게 다쳤다”고 전했다.
성탄절과 연말 연휴를 즐기기 위해 12월 22일 캐나다 밴쿠버를 출발한 일행은 8박 9일 동안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라스베이거스 등 미 서부를 일주하고 밴쿠버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코치투어라고 불리는 문제의 여행상품은 한인 여행사들의 저가 경쟁이 치열해 언제라도 사고가 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고 전날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샀던 승객 대부분은 강행군에 지쳐 낮잠을 자다 변을 당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미국 오리건 주 경찰은 사고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긴급구조대 13개 팀은 로프를 이용한 고각도 기술(high-angle techniques)과 전지형(全地形) 만능 자동차(all-terrain vehicle) 한 대로 생존자 구조 작업에 나섰다. 구조작업은 3시간 동안 진행됐고 오후 1시 반 마지막 생존자가 병원으로 이송됐다.
버스 운전사는 생명을 건졌지만 부상이 심한 데다 언어 장벽 등으로 인해 현지 경찰이 사고 원인과 탑승객 상황 등을 직접 조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지역은 ‘블루마운틴’ 서단 지역으로 ‘죽음의 통로(Deadman's Pass)’로 불리는 험지라고 CBC방송이 전했다. 기후 변화가 심한 사고 지점 서쪽으로 48km 떨어진 곳에서 이날 다른 전복 사고가 발생해 60대 운전자가 숨졌다.
이용훈 밴쿠버한인회장은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곳에 이민 온 지 20년 가까이 되지만 이렇게 큰 사고가 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고버스 소속 여행사는 버스 6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사고 전까지 최근 2년 사이에 사고가 없었다고 외신들이 미국과 캐나다 교통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외교통상부는 주시애틀 총영사관 소속 영사를 사고 현장과 병원에 급파해 피해자 구조에 나섰다. 최철호 부영사는 “병원 측이 현지법을 이유로 사망자와 부상자의 신원을 확인해 주지 않고 있어 경찰의 공식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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