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공과대학 졸업 앞둔 현창훈 씨 美반도체학회서 논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6일 03시 00분


‘I ama boy’ 더듬던 공고출신… 국제무대서 영어논문 줄줄
사내대학서 이룬 인간승리

《 “3년 전만 해도 할 줄 아는 영어가 ‘I am a boy’ 정도였는데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영어로 논문까지 발표했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발표를 앞두고 원고를 꼭 쥐고 덜덜 떨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6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반도체 관련 학회에서 제품 검사방법 논문을 발표한 현창훈 씨(36·삼성전자 시스템LSI 제품기술팀 책임·사진)는 상기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이 논문으로 그는 우수상 격인 ‘인상적인 논문상’을 받았다. 》

국내 1호 사내대학인 삼성전자공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전자제품에 쓰이는 회로도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국내 1호 사내대학인 삼성전자공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전자제품에 쓰이는 회로도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공고를 졸업하고 1995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현 씨는 해가 갈수록 대학에 진학해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현업에선 베테랑이었지만 후배들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에 말문이 막히는 스스로에게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정 형편이 어렵고 일과 공부를 병행해야 했기에 일반 대학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래서 사내(社內)대학인 삼성전자공과대학을 선택해 입사 16년차 때인 2010년 대학생이 됐다.

14일 찾은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공대는 추운 날씨에도 이론 및 실습수업을 경청하는 학생들의 열기가 가득했다. 반도체학과와 디스플레이학과에서 1학년 16명, 2학년 40명, 3학년 38명 등 총 94명이 재학 중이다.

사내대학의 학제는 4년 8학기인 일반대학과 달리 3년 9학기다. 삼성전자공대는 1, 2학년때는 현업을 떠나 공부에 집중하고 3학년 과정은 현업과 공부를 병행하게 한다.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현 씨는 꿈같은 3년 과정을 마치고 내년 2월 졸업과 동시에 현업에 복귀한다.

졸업 논문 준비가 가장 힘들었다는 그는 “영어실력이 부족해 주말에도 집에 가지 않고 기숙사에서 사전을 끼고 살았지만 논문 주제와 관련된 영어 논문 20편을 읽느라 진이 다 빠졌다”면서도 “이제는 고생한 기억보다는 해냈다는 뿌듯함과 자부심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현 씨는 “삼성전자로 돌아가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 더 전문적이고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삼성에서 40대에 고졸 출신 임원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개발실에서 60명의 직원을 이끌고 있는 양향자 부장(45)도 삼성전자공대 출신이다. 그 역시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삼성전자공대를 수석 졸업하고 해외학회에서 졸업논문으로 상을 받았다. 양 부장은 “고졸 출신이라는 것은 핸디캡이 아니다”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만큼 기회를 잡아 노력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989년 설립된 국내 1호 사내대학인 삼성전자공대는 2001년 성균관대와 산학협력 협약을 맺고 정식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대학이 됐다. 2005년부터는 4년제 대학 학사학위까지 인정되도록 개편했다. 수업료가 없는 데다 월급까지 다 나오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인기가 높다. 현장에서 평균 5년 이상의 실무경험을 쌓고 입학하는 사내대학의 특성상 이 대학 학생들은 나이도 많은 편이고 일도 병행하지만 매년 10여 편의 논문을 해외 학회에 발표하는 등 남부럽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이 대학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정택 삼성전자공대 부총장(삼성전자 전무·54)은 “최고 수준의 수업 외에도 연간 50시간의 봉사활동과 교양, 회화수업 등을 마쳐야 졸업이 가능한 엄격한 커리큘럼을 고집한 덕분에 현업에 복귀한 졸업생들이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삼성전자공과대학#현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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