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도주범 수도권 잠행…경찰 뒷북 ‘꼬리 추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4일 17시 55분


도주범 4일간 일산→안산→인천 유유히 도망, 수배중 쇼핑도

경찰, 꼬리잡기 한계 드러내…24일 행적 깜깜, 시민 불안 가중

성폭행 도주 피의자가 수도권에서 활개치고 있으나 경찰은 번번이 그의 꼬리 흔적만 추적하면서 '뒷북'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그의 추가 범행을 우려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성폭행 도주 피의자인 노영대 씨(32)가 일산경찰서에서 도주한 시각은 20일 오후 7시 40분께다. 그는 11일 아파트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일산경찰서에 조사받고 있었다.

노 씨는 도주 하루 만인 21일 일산경찰서로부터 50여㎞ 떨어진 안산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당일 오전 지인으로부터 돈을 건네받아 안산 지역 모텔에서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텔에서 빠져나와 같은 날 오후 5시 50분께 안산의 한 대형마트 매장에서 검은색 등산화를 구입한 뒤 다시 모텔로 들어갔다. 쇼핑 모습은 마트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그러던 노 씨는 뒤쫓는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틀 뒤인 23일 저녁 인천에서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주안동과 간석동의 공중전화 두 곳에서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후 그의 행적은 다시 확인되지 않았다. 24일 일산경찰서는 수사 브리핑에서 "간석동 전화 이후 노 씨의 행적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23일 4일 동안 노 씨는 일산에서 안산으로, 안산에서 인천으로 활개를 치고 돌아다녔다. 중간에 도주에 필요한 돈을 구하고 물품 구입까지 했다. 경찰이 전국에 공개수배를 내린 상태였는데도 노 씨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형마트에서 쇼핑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경찰 수사는 곳곳에서 허점을 노출했다. 경찰은 초기 수사 과정에서 노 씨가 도망할 당시 수갑이 채워져 있고 수중에 돈도 없어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경찰의 생각과 달리 노 씨의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지 않았다. 경찰서로부터 불과 200m 가량 떨어진 오피스텔 폐쇄회로를 확인한 결과 양손이 자유로운 상태였다. 이 때문에 수갑을 허술하게 채우는 등 피의자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통상 경찰은 수갑을 뒤로 채우도록 하고 있다. 간혹 수갑을 앞으로 채워 담배를 태우게 하거나 아예 풀어주는 경우도 있는데, 피의자의 심경 변화를 유도해 진술을 받기 위해서다.

그러나 노 씨는 검거 때도 저항이 심해 테이저 건을 쏠 정도였다. 또 그는 안산 모텔 투숙 당시 '수갑 키 없이 여는 방법', '수갑 파는 곳'을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도주 직후 한쪽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현재 양손 수갑을 모두 풀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노 씨가 인천 주안동과 간석동에서 두 차례 공중전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검거대를 급파했지만 이미 달아난 뒤였다.

전국에 공조 수사망이 구축된 상태에서 또 한 발이 늦어 조기 검거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시민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노 씨는 30대 초반인데도 전과 9범인 점을 고려하면 청소년기부터 교도소를 밥 먹듯 드나든 데다 성폭행 전과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인으로부터 받은 돈도 소액이어서 이미 거의 사용했을 것으로 보여 노 씨의 추가 범행이 우려되고 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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