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연예인 노예계약 공방… “10년 전속, 어기면 투자비 3배 배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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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배우 계약서엔… 아파서 쉬어도 계약기간서 빼
수익금 배분때 옷값 등 제외… 데뷔전 성형-교육비 명목 계약금 8000만원도 안줘
■ 1심 “무효” 뒤 2심 진행중

최근 지상파 드라마와 케이블 시트콤 등에 단역으로 출연해온 20대 여성 연기자 하모 씨가 소속사와 맺은 전속계약을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 씨는 소속사 A엔터테인먼트사를 상대로 3월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1심 법원은 8월 하 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A사가 항고해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하 씨는 전속계약 내용 중 계약 기간과 수익 분배 조항이 지나치게 소속사 위주로 작성됐다고 주장한다. 2007년 양측이 맺은 계약에 따르면 ‘계약 기간은 하 씨가 연예활동을 통해 수익을 내기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10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하 씨가 질병이나 개인적 사정으로 연예활동을 쉬게 되면 그 기간은 포함하지 않기로 해 계약기간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A사는 첫 계약 당시에는 ‘모든 수입은 50%씩 나눈다’고 정했던 규정을 2010년에 ‘총수입에서 중개수수료, 차량지원비(리스료), 기름값, 옷값, 화장비 등 회사가 지불한 비용을 제한 나머지를 수입으로 한다’고 수정하기도 했다. 이런 비용을 제하고 나면 하 씨 손에 떨어지는 돈은 거의 없다는 것이 하 씨 측 주장이다. 계약서는 또 ‘하 씨가 계약을 위반하면 그동안 A사가 지출한 모든 경비의 3배를 15일 이내에 갚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성낙송)는 이 계약에 대해 “지나치게 긴 시간 동안 하 씨가 A사에 전속되도록 강제하고 있고, 계약 해지 시 물어줘야 하는 금액의 기준도 주관적이다”라며 “형평에 어긋난 전속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결정했다. 또 “A사는 하 씨에게 줘야 할 계약금 8000만 원도 데뷔 전 하 씨의 교육비와 성형수술 비용을 댔다는 이유로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는 연예활동 준비 비용을 소속사가 전부 내거나 적어도 일부 분담하는 관례와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009년 한류 인기몰이의 중심에 있다 ‘노예계약’을 이유로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법적 공방을 벌여 승소한 뒤 소속사를 옮긴 그룹 ‘동방신기’의 전 멤버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현 JYJ)도 ‘13년 장기 계약’과 ‘계약 해지 시 투자액 3배 반환’이라는 조항을 문제 삼아 소송을 벌였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매니지먼트사, 연예인(지망생), 제작사 간 모범 거래기준을 제정해 우월적 지위로 횡포를 부리는 소속사를 제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권장사항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계약기간을 7년으로 권장하지만 여전히 소속사 입맛대로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여배우#연예인#노예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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