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고 있으면 손님 끊겨…” 문 활짝 열고도 실내 21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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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온도 20도 제한 첫날… 서울 명동거리 가보니

3일 낮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점포가 가게문을 연 채로 영업을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3일 낮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점포가 가게문을 연 채로 영업을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오늘부터 절전 캠페인 기간입니다. 문 열고 난방기 트는 건 자제해 주세요.”

3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의류매장. 지식경제부와 에너지시민연대 등이 참여한 ‘캠페인 홍보단’은 겨울철 전력사용 자제를 당부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홍보단의 요청에 매장 직원은 굳은 표정으로 “알겠다”며 1층 천장에 달린 시스템 냉난방기를 껐다. 하지만 가게 2층에서는 난방기가 여전히 뜨거운 바람을 뿜어내고 있었다. 취재기자가 직원에게 “가게가 추운 것 같다”고 말을 걸자 즉시 “난방기를 풀가동 중이니 곧 따뜻해질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정부는 이날부터 내년 2월 2일까지 3개월간을 ‘겨울철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기간’으로 정해 본격적인 절전캠페인에 들어갔다. 이 기간에 백화점, 호텔 등의 실내온도가 20도 이상이거나 문을 열고 난방기를 가동할 경우, 오후 5∼7시에 네온사인을 2개 이상 켤 경우 최고 3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다만 내년 1월 6일까지는 계도기간이어서 단속보다는 홍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사용제한 조치 첫날 명동 일대 매장 상당수는 문을 열고 난방기를 틀고 있었다. 낮 12시 옛 중국대사관 인근에 몰려 있는 네이처리퍼블릭,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아리따움 등 화장품 매장 중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가게 문을 닫은 가게는 한 곳도 없었다. 이 중 한 곳은 문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직원을 위해 길거리에서 전기 온풍기를 가동했다.

바깥 온도는 영상 3도 안팎이었지만 점포 내부의 실내온도는 21도를 오르내렸다. 화장품 매장의 한 직원은 “가게 특성상 길거리 손님을 잡는 게 필수인데 문을 닫으면 영업이 곤란하다”며 “다른 매장들도 모두 문을 열고 영업하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절전에 협조하는 곳이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취재팀이나 절전 홍보단이 방문한 곳이었다. 캠페인이 진행된 명동예술극장 사거리 주변 우리은행 명동지점, 신한은행 명동금융센터의 실내온도는 각각 18.7도, 19.5도였다. 은행에는 카디건과 터틀넥 티셔츠를 겹쳐 입은 직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600m 떨어진 중구 충무로1가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제일지점의 실내온도는 21.6도였다.

본보 취재팀이 공식 방문한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이날 실내온도는 17.7도. 하지만 취재기자 신분을 밝히지 않고 들른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롯데백화점 본점은 모두 21.3도였다. 명품관인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점의 실내온도는 22.7도까지 올라갔다. 계도기간이 끝난 뒤라면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정부가 엄포를 놓고 있지만 단속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해당 기초자치단체들이 단속에 나서야 하지만 전담인력이 부족하고 상인들의 영업을 방해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서울 중구 관계자는 “에너지 절약이 목적인 만큼 무작정 과태료를 부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일단 설득하고 계도하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명동#실내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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