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호텔은 퇴폐스타일?… 외국인 몰려오는데 성매매 활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일 03시 00분


■ 불법성매매업소가 객실 차지… 방 구하기 별따기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조회 수 통산 8억 건을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서울 강남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크게 늘었다. 10월 2∼7일 중국 국경절과 강남페스티벌 기간에 강남 대형백화점 4곳의 매출이 지난해 대비 30%나 늘었을 정도다. 최근 강남구는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한 주무 부서까지 신설했다.

강남 스타일을 체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지만 강남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는 쉽지 않다. 부족한 객실과 높은 가격 때문에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에 숙소를 정하는 게 현실이다. 영어 관광가이드인 김모 씨(36·여)는 “‘강남스타일’이 인기를 끌면서 ‘대체 강남이 뭐길래’라며 강남에 숙소를 잡길 원하는 관광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남 일부 호텔은 관광객의 바람을 외면한 채 불법 성매매 장소로 한 층 객실을 통째로 내주는 등 ‘퇴폐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

강남구는 이런 호텔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불법 성매매를 단속하는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난을 해결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달부터 불법퇴폐행위근절 TF팀에 20여 명을 배치해 강력한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강남구 이희현 TF팀장은 “지금까지는 성매매 행위가 이뤄진 호텔 객실 영업만 정지시켰지만 앞으로는 예식장 등 호텔 부대시설까지 영업할 수 없도록 등록 자체를 취소할 수도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묵는 호텔에서 일어나는 불법 성매매로 강남 스타일이 망가지지 않도록 뿌리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호텔들이 ‘퇴폐 스타일’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객실을 내주는 것보다 불법 성매매 업소에 방을 빌려주는 게 훨씬 이익이기 때문이다. 최근 적발된 강남구 역삼동 L호텔의 경우 성매매가 이뤄진 객실 하나당 하루 숙박비용은 12만∼15만 원 선이다. 유흥업소는 호텔 측에 객실 하나당 현금 20만 원을 주고 한 층의 19개 객실을 통째로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은 최소 한 달에 현금으로 3000만 원 이상의 차액을 거둬들인 셈이다.


한 번에 성매매 비용으로 1인당 30여만 원을 받는 유흥업소도 하루 2번 이상 성매매로 한 객실을 이용하면 다른 객실을 여러 번 이용할 때보다 비용을 줄여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한 단속 경찰은 “다른 관광객과 마주치면 불만이 접수되거나 불법 영업이 발각될 가능성이 높아 한 층을 통째로 거래하고 있다”며 “호텔 사장과 업소 업주 둘만의 거래다 보니 정확한 수익이나 계약조건을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호텔이 불법 성매매 업소에 객실을 내주고 거두는 수익이 많다 보니 폭력조직 연루설까지 나오고 있다. L호텔의 대표이사는 김태촌 씨(63)가 두목이었던 서방파의 행동대장 이모 씨(57)의 부인이 맡고 있다. 이 씨는 호텔을 짓던 과정에서 제1, 제2 금융권 등으로부터 큰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2010년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R호텔도 서울 강북 지역 토착 조직과의 연루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서방파가 관리 대상 조직인 만큼 L호텔의 불법 영업 이익이 폭력조직으로 흘러가지 않았는지 계속 주시하고 있다”며 “호텔 개업 과정에서 진 빚을 해결하기 위해 객실을 불법 성매매 업소에 내준 걸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주변 대형 호텔은 일부 호텔의 퇴폐 영업 때문에 ‘강남 스타일’이 망가진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남구와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 경고에도 인터넷 유흥업소 정보 사이트에선 성매매로 이어지는 이른바 ‘풀살롱’ 영업을 광고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강남의 한 대형 호텔 관계자는 “강남에는 간판만 호텔이지 출발부터 지하 룸살롱에서 객실 성매매로 연결되는 풀살롱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많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종종 ‘여기도 성매매 하냐’고 질문할 때마다 몹시 불쾌하다”고 말했다.

김홍범 세종대 관광대학원 원장은 “이번에 단속된 호텔 대부분이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곳”이라며 “이제는 관광의 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채널A 영상] 풀살롱이 유행? 닫힌 문 열자 침대 위에 남녀가…

박훈상·김태웅 기자 tigermask@donga.com
#강남 호텔#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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