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금 떠나요]대통령 옛 휴양시설 청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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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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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DJ산책하던 대통령 길 걸어볼까

청남대 전망대에서 본 풍경. 마치 다도해를 보는 듯하다. 김대중 대통령길 중간 ‘645계단’을 오르면 청남대와 주변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전망대에 닿는다. 청남대 제공
청남대 전망대에서 본 풍경. 마치 다도해를 보는 듯하다. 김대중 대통령길 중간 ‘645계단’을 오르면 청남대와 주변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전망대에 닿는다. 청남대 제공
대통령 휴양시설이었던 충북 청원군 문의면 청남대(靑南臺)는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이다. 지금은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문턱을 없앴다. 그 덕분에 곳곳에 남아 있는 전직 대통령들의 흔적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청남대를 둘러보며 이상적인 대통령상을 그려 보고 표심(票心)을 결정하는 건 어떨까.

○ ‘금 수도꼭지’ 있을까?


청남대 본관 모습.
청남대 본관 모습.
청남대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공약에 따라 취임 직후인 2003년 4월 22일 일반에 개방됐다.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주변 환경이 빼어나다며 건설을 지시하고, 1983년 12월 준공된 지 20년 만이었다.

개방 이듬해 대통령의 별장을 구경한다는 관심으로 한 해 100만 명이 찾을 정도였다. 관람 열기는 곧바로 식었다. ‘본관 욕실 수도꼭지는 금으로 만들어졌고 거실 바닥에는 통유리로 된 수족관이 있다’라는 소문과 달리 특별히 호화롭지 않았고, 대청호 및 인근 자연과 어우러진 별장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2009년 50만 명 선으로 내려갔다 2010년 62만 명으로 회복세를 보인 이후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관람객이 다시 늘어난 것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입소문을 타면서부터다.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를 비롯해 ‘카인과 아벨(SBS)’, ‘황금 물고기(MBC)’, ‘아이리스(KBS)’ 등과 영화 ‘효자동 이발사’, ‘국경의 남쪽’ 등에 본관과 호반 산책로 등이 배경으로 나오면서 호기심을 자극한 것. 여기에 공원과 산책로 등 새로운 시설 확충도 한몫했다.

관리동 옥상에 ‘하늘 공원’을 만들고 습지생태공원과 호반 산책로(8km)를 조성했다. 역대 대통령 9명의 청동상(像)과 실제 청남대를 이용했던 다섯 명의 대통령 특징을 살린 조형물도 있다. 청와대와 미국 백악관 등 세계 8개국 대통령궁 또는 왕궁의 사진이 들어간 타일 벽화도 눈길을 끈다. 역대 대통령들이 외국 원수 등으로부터 받은 선물 128점도 볼 수 있다.

봄에는 ‘영춘제’가, 가을에는 ‘국화축제’가 열리고, 역대 대통령의 생일에 맞춰 대통령 주간 행사도 개최되고 있다. 겨울방학에는 ‘청남대 프레지던트 리더십 방학캠프’도 열린다. 청남대(http://chnam.cb21.net/) 043-220-6412∼4

○ 전두환 노무현 이름 딴 산책길

벌랏한지마을.
벌랏한지마을.
청남대를 이용한 역대 대통령의 이름을 붙인 ‘청남대 대통령길’은 명상과 사색의 길이다.

1코스인 ‘전두환 대통령길’은 청남대가 세워지면서 만들어진 오각정까지의 길을 양어장까지 늘려 연결한 1.5km 구간이다. 청남대 본관 바로 옆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오른쪽으로는 소나무 숲이 이어지고, 왼쪽으로는 시원한 대청호반이 시야에 들어온다. 2코스는 양어장에서 대통령역사문화관까지 청남대 경비대원들의 순찰 코스를 확장해 만든 2km의 ‘노태우 대통령길’이다. 대청댐과 물문화관, 작두산, 현암사를 볼 수 있고, 양어장의 음악분수는 보고 듣는 즐거움을 선서한다.

3코스는 ‘김영삼 대통령길’(1km). 청남대 본관으로 들어가는 정문에서 초가정까지 이어진다. 왼쪽에는 9홀 규모의 골프장이 펼쳐져 있다. 4코스인 ‘김대중 대통령길’(2.5km)은 가장 길고 힘든 구간이다. 특히 배 밭부터 시작되는 ‘645 행복의 계단’이 절정이다. 하지만 정상에 서면 흡사 ‘이곳이 다도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과 산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다. 5코스는 ‘노무현 대통령길’(1km)로, 청남대 골프장 뒤편을 둘러싼 숲 속에 있어 조용히 생각에 잠기며 걷기에 좋다.

○ 주변에도 볼거리 먹을거리 가득

청남대에서 승용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소전리 벌랏한지마을(http://bulat.go2vil.org). 첩첩산중의 오지이지만 닥나무를 이용한 전통 한지 마을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 마을 김석제 이장은 “한때 ‘곡식 천 냥, 과일 천 냥, 한지 천 냥’으로 불릴 정도로 농산물과 한지로 유명했다”라며 “몇 년 전부터 전통을 되살려 한지 체험장을 운영하면서 도시민과 학생들의 체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청남대를 둘러싼 인공호인 대청호와 대청댐도 주말이면 가족이나 연인이 많이 찾는 곳이다. 대청댐 건설로 수몰된 문화재를 한데 모은 문의문화재단지(043-251-3288)에서는 조선 중기 문의현의 객사였던 문산관을 비롯해 옛 사대부 가옥과 민가, 주막 등을 볼 수 있다. 청원군립대청호미술관(043-251-4062)을 둘러볼 만하다. 천년 고찰 현암사에 올라서면 청남대 본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청호 덕분에 각종 민물고기를 이용한 매운탕 등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곳곳에 있다. 올 10월에는 문의면에 ‘한우특화거리’(청남대한우판매장 043-285-7713)도 생겼다. 1등급 이상의 한우를 싼값에 구입해 일대 식당에서 상차림비(4000원)만 내면 맛 볼 수 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대통령 휴양시설#청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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