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대통령 만들어보자”… 朴-文-安 모교가 움직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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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5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동문 2000여 명이 참석한 고려대 교우회 신년 행사에 참석해 “동문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대선 내내 고려대 동문은 이 대통령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동문들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학연’의 파워는 대선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 중 하나다.

○ 朴, ‘작지만 강한’ 서강대 동문

자갈치 시장 찾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9일 오전 부산 중구 남포동 자갈치 시장을 방문
해 꽃게 등 여러 해산물을 살펴보며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부산=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자갈치 시장 찾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9일 오전 부산 중구 남포동 자갈치 시장을 방문 해 꽃게 등 여러 해산물을 살펴보며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부산=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007년 대선 경선 때 별다른 활동이 없었던 서강대 동문들은 “이번 대선은 다르다”며 벼르고 있다. 박 후보(전자, 70학번) 당선을 위해 2010년 10월 ‘서강바른포럼’ 조직이 구성됐고 그해 포럼 송년회에는 박 후보가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600명으로 시작된 포럼은 2년 만에 2500여 명으로 늘었고, 전국 각 지부는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조직까지 갖췄다.

서강바른포럼은 김철규 전 SK네트웍스 부사장, 송재국 전 LG상사 부사장, 정용근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 등 3명이 공동회장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 숨은 일꾼은 박 후보와 전자공학과 동문인 성기철 상임고문이다. 성 고문은 학창시절 독재 반대 학생운동을 하다가 제적당한 뒤 박 후보와 육영수 여사의 도움을 받아 복학한 인연이 있다.

1960년 세워진 서강대는 역사가 짧은 데다, 정계와 관계 진출자가 적어 오피니언 리더 그룹이 취약하고 학생수도 일반 종합대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러나 금융계 동문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뭉치고 있다. 한 서강대 동문은 “박 후보가 학교의 캐치프레이즈인 ‘작지만 강한 대학’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다”며 “모래알 같던 동문회가 대선을 기회로 뭉치는 기회도 된다”고 말했다.

○ 文-安, 평준화 이후 경남고-부산고 동문 지지

소방서 방문하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오른쪽)가 소방의 날인 9일 광주 서구 화정동 서부
소방서를 방문해 119 소방대원에게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소방서 방문하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오른쪽)가 소방의 날인 9일 광주 서구 화정동 서부 소방서를 방문해 119 소방대원에게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부산지역 ‘야풍(野風)’의 근저에는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부산 고교의 양대 산맥인 경남고(25회)와 부산고(33회) 출신이라는 점도 반영됐다는 게 지역 정서다.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 동문들 사이에 평준화를 기점으로 지지후보가 구분되는 양상이라고 한다. ‘시험 세대’, 즉 장년층에선 여전히 새누리당 지지자가 많지만 1974년 평준화 이후 추첨을 통해 입학한 이들은 문 후보와 안 후보에게 호감이 많다고 한다. 문 후보는 평준화 이전, 안 후보는 평준화 이후에 입학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 기수별 동기회, 재경동문회, 총동문회 등 각종 학교 관련 행사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경남고 동문들 사이에선 “문 후보가 최종 단일후보가 되면 힘을 보태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건축가 승효상 씨는 “25회 동기들을 중심으로 문 후보를 돕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고 한 동창회 관계자도 “기수에 따라 온도차가 있지만 젊은 후배들은 대부분 안 후보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안 후보는 8일 동문모임 ‘부산고 경제인 포럼’에 참석했다. 비공개 일정이었지만 일부 동문들에게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모임에는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많은 110명 정도가 참석했다.

부산고 동문 사이에선 최근 “안 후보가 ‘부산고 발전기금 100억 원 모으기’에 뒤늦게 100만 원을 기부한 것은 너무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실제 안 후보는 2010년 11월 동기회를 통해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채널A 영상] 경남고 vs 부산고…文-安 출신고 자존심 대결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대선후보#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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