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심야택시 승차 거부 현장. 밤 12시 무렵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서울시 단속반원이 목적지만 묻고 승객을 태우지 않은 택시를 세워 단속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직장이 서울 종로구에 있는 김성훈 씨(32)는 지난해 말 송년 모임이 끝난 뒤의 악몽 때문에 아예 지인들과의 송년회를 11월 중 하기로 했다. 모임이 끝난 뒤 택시를 잡지 못해 오전 4시가 넘어 첫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던 것. 심야시간의 택시 잡기는 연말연시뿐만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누구나 겪는 불편이다.
하지만 이르면 올해 말부터는 이 같은 불편이 어느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만성적인 심야시간 택시 전쟁을 해소하기 위해 ‘심야전용택시’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심야전용택시는 일단 오후 9시∼다음 날 오전 9시 운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개인택시 운전사들의 의견을 모아 운행 시간을 확정할 방침이다. 운행 시간은 △오후 9시∼다음 날 오전 9시(12시간) △오후 4시∼다음 날 오전 4시(12시간) △오후 8시∼다음 날 오전 4시(8시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제도 운영 기간은 △상시 운영 △1년만 운영 △연말 2개월만 운영 등을 검토 중이다. 심야전용택시는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 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현재 개인택시에 적용 중인 3부제(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서울시는 심야에 택시 잡기가 어려운 이유가 이 시간대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면허택시는 총 7만2302대. 이 중 개인택시는 4만9471대(모범 1840대 포함), 법인택시는 2만2831대다. 법인택시는 휴업, 기사 부족 등을 이유로 하루 평균 약 6000대가 운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택시는 3부제로 인해 운행하지 않는 차가 하루 약 1만6000대에 이른다.
전체 면허택시의 70% 수준인 약 4만9000대가 매일 운행하고 있지만 심야시간에는 운행률이 더 떨어진다. 시에 따르면 0시∼오전 4시 운행하는 택시는 2만7000대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낮 시간대 택시 운행량의 절반 수준이다. 이같이 심야시간 택시 수가 적다 보니 택시 잡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시는 심야전용택시 도입으로 심야시간 개인택시 운행 대수가 5000대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심야전용택시에 참여하는 개인택시 사업자의 운송 수입도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인택시 운전사인 김모 씨(42)는 “길이 많이 막히는 낮보다 교통이 원활한 심야시간에 운전하는 것이 수입 면에서 훨씬 나을 것 같다”며 “모임이나 행사가 많은 연말연시에는 효과적이겠지만 평상시 수요가 어떨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는 10월 30일 심야전용택시 참여 희망 수요를 조사하기 위해 개인택시 사업자 전원에게 우편으로 설문을 발송했다. 시는 7일까지 답변을 받아 수요를 파악한 뒤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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