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傷傷]“한번만 더 생각해보게…” 동상의 만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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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85명 자살 마포대교 삼성생명 설치 위로의 동상
연예인 경험담에서 착상 “절망 대신 희망 찾아가기를”

자살 다리로 알려진 서울 마포대교에 지난달 동상이 설치됐다. 실의에 빠진 친구를 위로하는 모습이다. 마포대교 난간에는 ‘잘 들어줄 거예요’ ‘암 것도 아니여 고민 같은 거’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청소년을 포함해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은 미리 위험 신호를 보낸다. 자살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누군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준다면….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자살 다리로 알려진 서울 마포대교에 지난달 동상이 설치됐다. 실의에 빠진 친구를 위로하는 모습이다. 마포대교 난간에는 ‘잘 들어줄 거예요’ ‘암 것도 아니여 고민 같은 거’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청소년을 포함해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은 미리 위험 신호를 보낸다. 자살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누군가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준다면….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여보게, 한 번만 더 생각해보게나.”

실의에 빠져 잔뜩 풀 죽어 있는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 있는 한 남자. 곁에 앉은 다른 남자는 이렇게 말하며 한 손으로 그의 어깨를 감쌌다. 다른 손으로는 그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위로를 건넨다. 서울 시내 26개 한강 다리 가운데 유일하게 동상이 설치된 마포대교. 그곳에 가면 이 두 남자의 모습을 동상으로 만날 수 있다. 서울시가 지난 달 삼성생명과 함께 설치한 ‘한 번만 더’ 동상이다.

다리에 동상을 세운 이유는 마포대교가 ‘자살대교’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생길 정도로 이곳에서 한강에 몸을 던지는 자살자가 많았던 탓이다. 최근 5년간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린 자살자는 85명에 이른다. 시는 절망에 빠져 마포대교를 찾은 이들이 한 번만 더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떠올릴 수 있게 하려고 동상을 설치했다.

동상 제작을 맡았던 삼성생명 측은 여러 가지 디자인을 고민하다 한 연예인이 TV 토크쇼에 나와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은 데서 영감을 얻었다. 사업 실패와 스캔들 때문에 자살을 결심하고 한강 다리에 왔다가 먼저 자살하려는 다른 사람을 발견하고 말리면서 둘 다 다시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는 얘기였다.

처음엔 난간에 다리 하나를 걸친 채 아래로 뛰어내리려는 한 남성을 다른 남성이 붙잡고 말리는 모습으로 디자인했다. 하지만 자살 장면을 묘사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에 따라 수정을 거친 끝에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했다.

기승신 삼성생명 브랜드전략팀 부장은 “한 번만 더 동상이 자살하려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 위로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마포대교#한번더동상#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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