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곽노현표 정책 대부분 U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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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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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 평가 내년부터 없애… “郭의 일방주행에 제동”
“이대영 대행의 역주행”… 좌-우파 평가 엇갈려


초중고교 교장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시교육청의 학교장경영능력평가가 내년부터 없어진다. 그 대신 이 평가를 학교평가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태스크포스팀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이대영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이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학교장경영능력평가는 2009년부터 시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시행한 제도다. 교장 전보·전직, 성과상여금, 표창, 해외연수 등 인사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올해는 이미 예고가 된 만큼 시행하겠지만 내년부터 폐지된다면 평가 결과가 인사고과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권한대행은 기자간담회에 앞서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률에 근거한 평가도 아니었다. 학교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받았다면 학교장도 잘한다는 뜻인데 굳이 여러 가지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학교장경영능력평가 제도의 폐지로 곽노현 전 교육감이 역점을 뒀던 정책은 대부분 교육현장에서 사라지게 됐다.

이 권한대행은 대법원 판결로 곽 전 교육감이 지난달 27일 직을 상실한 직후부터 학교규칙 제정·개정 자율화, 방과후학교 교과프로그램 비중 제한 철회, 소규모 수학여행 의무화 폐지 방침을 내놓았다.

‘곽 전 교육감의 색깔 지우기’라는 일각의 비판에 이 권한대행은 “혼란을 초래한 정책은 바로잡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23일 기자간담회에서는 “학교에 자율성을 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만 (교육청 방향대로) 해야 한다는 건 걷어내겠다”며 곽 전 교육감의 정책이 잘못됐음을 분명히 했다.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은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의 정책이 달라 빚어진 혼란이 사라졌다고 평가한다.

A고 교장은 “낙후지역은 교과위주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강제해서라도 학교에서 공부시키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는데 교육청이 못하게 했다. 이제 학교가 자율적으로 하라니까 좋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교과프로그램 운영이 학교성과급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만 학교장경영능력평가에서는 나쁜 평가를 받으니 난감했다”고 얘기했다.

B고 교장은 “학교장경영능력평가 지표가 교과부가 지급하는 학교성과급 지표와 상반되는 게 많아 혼란스러웠는데 폐지한다면 안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 박민영(가명·45) 씨는 “학칙으로 두발을 좀 규제했으면 좋겠는데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시작도 못했다. 이제야 학칙 제정·개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교육정책 되돌리기’가 약 두 달 만에 재연될까 우려한다. 교육감 재선거(12월 19일)에서 좌파 교육감이 당선되면 시교육청의 정책이 다시 바뀔지 몰라서다. C중 교사는 “지금은 안정되는 것 같지만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어떤 교육감이 되든지 자기 철학을 심으려고 하면 결국 학생과 교사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좌파진영은 이 권한대행이 곽 전 교육감의 혁신교육을 지우려 한다고 비판한다. 이수호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23일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부교육감이 교육감의 궐석을 기다렸다는 듯 서울교육을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나섰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학생인권위원회와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권한대행이 각 학교에 학칙 제정·개정을 지시한 것은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려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서울시교육청#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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