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교에 다니는 김주현 박수민 양과 대안학교인 선애학교에 다니는 이규호 김현덕 군(왼쪽부터)이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일반학교와 대안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의 한 카페에서 일반고 학생과 농촌의 생태공동체 대안학교 학생 4명이 만났다. 21일 열린 ‘청소년 힐링 콘서트’를 사회적 기업 ‘소자운’과 함께 준비하며 만난 이들은 일반고와 대안학교의 생활에 대한 서로의 궁금증을 나눴다.
서울 해성여고 2학년 김주현 양(17)이 자신의 생활을 소개했다. “오전 6시 반에 일어나 서둘러 아침식사를 하고 7시 40분까지 학교에 가. 학교 문을 나서는 시간은 오후 11시. 부모님과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 없어.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유시간이야. 대안학교에선 자유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니?”
동갑내기인 선애학교 이규호 군(17)은 서울 생활에 비해 여유로운 생활을 소개했다. “우린 오전 8시 반에 기상해. 10시 반에 시작하는 수업 전에 스트레칭과 명상을 하고 텃밭도 가꿔. 세미나 방식으로 진행하는 수업은 오후 5시면 끝나. 방과 후 시간은 온전히 내 몫이야. 공부를 하든 취미생활을 하든 모든 건 내 마음이야. 인문학 책도 많이 읽고 친구들과 공연도 하면서 즐겁게 지내.”
고3인 선애학교 김현덕 군(18)은 “경쟁이 치열한 일반학교에 다니면서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미래도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해 대안학교를 택했는데 만족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선애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반고 학생들은 ‘부럽다’는 듯 입을 벌렸다.
하지만 대안학교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큰 편이었다. 이 군은 “당장 자유는 만족스럽지만 대안학교를 졸업하면 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며 “특히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만만치 않다”고 털어놨다. 비슷한 고민을 하던 이 학교의 한 중학생은 일반학교로 돌아가기도 했다고 한다.
친구가 적은 것도 고민이다. 지난해 문을 연 선애학교의 정원은 3곳의 캠퍼스를 모두 합해도 40여 명에 불과하다. 이 군은 “또래가 3, 4명에 불과해 처음엔 친구들이 없어 우울증으로 고생도 했다”며 “학교 규모가 작아 친구가 많지 않다는 것이 대안학교 학생들의 공통된 고민일 것”이라고 했다.
일반고 학생들은 대안학교의 생활을 부러워하면서도 현재의 학교생활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학교가 주는 안정감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재의 고된 삶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경희여고 1학년 박수민 양(16)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취업해야 대접 받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도 학교에서 텃밭을 가꾸는 생명 동아리 ‘소자운’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도 풀고 활력도 찾는다”고 했다. 김 양도 “입시교육에 익숙해진 탓인지 학교를 통해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 있다는 안정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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