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想想]세종대왕 용안, 작가가 창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2일 03시 00분


광화문-청량리-여의도 동상 작가마다 시각 달라 제각각… ‘표준영정’은 참조에 그쳐


진짜 세종대왕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세종대왕(1397∼1450). 하지만 얼굴을 떠올리면 모두 제각각으로 생각할 것이다. 서울에는 광화문, 동대문구 청량리, 여의도에 각각 세종대왕 동상이 있다. 하지만 모두 모습이 다르다. 세종대왕이 생전에 어진(임금의 초상)을 남기지 않아 문헌에 수록된 일부 모습을 근거로 작가마다 다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1973년 정부는 역사적 인물의 모습을 통일하기 위해 표준영정을 만들며 태조 이성계의 초상과 사료 등을 참고해 재구성한 세종대왕의 모습을 만들었다. 1만 원 지폐에 담긴 모습이 그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2009년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며 만든 세종대왕 동상(높이 10.4m)은 둥근 얼굴과 두툼한 코, 넓은 미간과 커다란 귀가 어우러져 후덕한 인상을 자아낸다. 동상을 제작한 조각가 김영원 교수(홍익대)는 “54세로 생을 마감한 세종대왕의 40대 후반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다”며 “온화한 표정을 최대한 살려 백성들과의 소통을 중시했던 군주의 이미지를 살려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표준영정과 보물 제931호로 지정된 태조 이성계 어진, 1만 원 지폐 등을 참고했다고 한다.

동대문구 청량리동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높이 6.7m)은 가장 오래된 작품. 1968년 애국선열조상건립위원회가 세운 이 동상은 뺨이 홀쭉하게 들어가 야위고 나이가 들어 보인다. 이 동상은 인천 자유공원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동상을 만든 조각가 김경승(1915∼1992)이 만들었다. 재위 내내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백성을 잊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어 근엄한 분위기를 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원래 덕수궁 내에 있었지만 올해 7월 동대문구로 자리를 옮겼다.

1998년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공원에 세워진 세종대왕 동상(높이 7.8m)은 표준영정을 참고했지만 쌍꺼풀이 진하고 수염이 적은 편. 마치 세종대왕의 젊은 시절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동상을 제작한 조각가 옥봉환 씨는 “기존 세종대왕상과 표준영정이 잘못된 고증으로 제작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의도공원 동상은 전체적으로 무인 이미지보다는 문인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더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세종대왕#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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