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프로가수? 떡볶이집 사장님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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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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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파이브 ‘문화숲프로젝트’ 3년째… 주부들 사이 입소문

노래로 손님과 하이파이브 가든파이브 직원과 입주 상인들로 구성된 통기타 팀이 14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앞 중앙광장에서 추억의 팝송 등을 연주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노래로 손님과 하이파이브 가든파이브 직원과 입주 상인들로 구성된 통기타 팀이 14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앞 중앙광장에서 추억의 팝송 등을 연주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우리 모두 열심히 살자는 의미로 가수 김종찬 씨의 ‘산다는 것은’을 불러드리겠습니다.”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 중앙광장. 광장 한가운데에 설치된 무대에 갈색 재킷과 청바지를 차려입은 중년 남녀 10명이 통기타를 들고 올라왔다. 해가 지면서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무대 앞 의자에 모여 앉은 100여 명의 관객은 찬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환호를 보냈다. 통기타와 하모니카, 젬베와 10명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음악이 시작되자 광장은 어느새 훈훈한 가을날의 정취로 가득 찼다.

이날 공연은 가든파이브 입주 상인들로 구성된 기타동호회의 첫 번째 정기연주회. 7월 처음으로 기타를 좋아하는 상인 10여 명이 모여 동호회를 결성한 뒤 매주 연습을 해왔다. 공연에서는 올드팝과 포크송 등 9곡이 연주됐다. 때때로 실수도 있었지만 표정과 음악에 대한 열정만은 프로 가수 못지않았다. 아들과 함께 장난감을 사러 왔다가 공연을 본 주부 전혜영 씨(31)는 “목소리나 연주가 처음에는 프로 가수인 줄 알았다”며 “예전 노래들이나 가사는 잘 모르지만 뜻하지 않게 이런 음악을 들으니 기분이 새롭다”고 말했다.

상인들이 동호회를 구성한 것은 서울문화재단과 SH공사가 함께 진행하는 ‘문화숲 프로젝트’ 때문. 관심사가 비슷한 상인들끼리 동호회를 만들고 공연을 열어 가든파이브를 문화 명소로 알리는 것이 취지다. 기타 외에도 5월에는 합창단이, 7월에는 사진동호회가 생겼다. 이날 공연에서는 합창단의 제1회 정기연주회도 함께 열렸고, 사진동호회는 광장 한쪽에서 가든파이브의 일상을 담은 사진작품을 전시했다.

리빙관에서 조경 관련 가게를 운영하는 배철현 씨(52)는 “의외로 상인들 중에 악기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함께 연습하며 공연까지 하다 보니 스트레스 해소와 친목 도모는 물론이고 가게 일까지 더 신이 난다”고 말했다. 사진동호회장이자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범일 씨(59)는 한때 프로 사진작가를 꿈꾸던 실력파. 김 씨는 “동호회원들에게 사진 촬영 노하우를 알려줄 때가 가장 뿌듯하다”며 “상가 구석구석을 작품으로 담다 보니 이곳이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과 애착이 더 강하게 든다”고 말했다.

상인들이 이처럼 발 벗고 문화숲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이유는 바로 가든파이브 활성화를 위해서다. 가든파이브는 개장 당시 공실률이 높고 방문객 수가 적어 한때 ‘유령도시’로 불리기도 했다. 2010년 시작한 문화숲 프로젝트는 가든파이브 일대를 문화특구로 지정해 이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고 방문객을 유인하기 위한 문화마케팅 프로젝트다. 서울문화재단은 “문화행사 관람객 수가 지난해보다 22% 이상 증가하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젊은 주부들에게 문화행사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시민예술가를 모집해 광장 야외공연을 진행하고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가든아트마켓’을 열기도 했다. 10∼12월에는 가족들이 함께하는 목공체험 프로그램인 ‘우리가족 목공소’,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쑥쑥이 체조’ 등 각종 공연이 가든파이브 아트홀에서 열린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가든파이브#문화숲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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