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동료 소득세 19억 빼돌린 공무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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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감사시스템에 구멍… 전남 시군 공무원 잇단 횡령
경찰이 억대 공금 손대기도

일부 공무원들이 근로소득세, 건강보험료 등을 횡령하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 회계 감사시스템에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근로소득세는 직원들 급여에서 매달 일정액을 떼어 내 보관하다 정산하지만 정부 예산이 아니어서 감사제도가 허술한 것으로 분석된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직장 동료들이 3년여간 낸 근로소득세 19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전남 여수시 공무원 김모 씨(47·8급)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김 씨는 2009년 7월부터 최근까지 3년 2개월 동안 여수시 직원들이 낸 근로소득세를 국세청 계좌로 이체하는 과정에서 19억여 원을 비밀(가상)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구속되기 전까지 여수시 직원들 급여에서 근로소득세 등 국세를 떼어 내 국세청에 납부하는 원천징수 업무를 맡아 왔다. 김 씨는 감사원이 감사를 시작하자 8일 아내(38)와 함께 자신의 차 안에서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가 119에 구조됐다.

검찰은 김 씨가 빼돌린 근로소득세의 사용처와 공범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김 씨가 횡령한 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8급 공무원 한 명이 3년 2개월간 어떻게 19억 원을 횡령할 수 있었는지 시스템 등을 모두 확인해 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남 완도군은 직원 A 씨(37·여)가 동료들이 낸 근로소득세 등을 빼돌린 의혹으로 감사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최근 2년여간 근로소득세, 사업계약보증금 등 5억여 원을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다. 전남 장성경찰서 B 경사도 동료들이 낸 건강보험료 1억 원 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납부하는 등 공금을 유용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청 감사를 받고 있다. 전남 진도경찰서 C 경위는 진도 지역에 있는 경찰수련원 관리업무를 담당하면서 수련원 운영에 필요한 유류를 공급받는 주유소를 통해 2억2000만 원 상당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청 조사를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금을 다루는 회계 경리 담당 공무원들의 횡령 실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횡령 수법이 대담할 뿐 아니라 액수도 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말이 나온다.

근로소득세 등 공금을 횡령한 이 사건들 모두 자치단체나 경찰서가 적발한 것이 아니라 감사원, 경찰청에서 밝혀낸 것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완도군의 한 관계자는 “근로소득세나 건강보험료 등을 일시 보관하다 국세청,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납부한다”며 “예산 감사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는 데다 담당 직원이 오랫동안 업무를 맡아 횡령 사건이 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공무원#횡령 사건#회계 감사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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