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공무원들이 근로소득세, 건강보험료 등을 횡령하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 회계 감사시스템에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근로소득세는 직원들 급여에서 매달 일정액을 떼어 내 보관하다 정산하지만 정부 예산이 아니어서 감사제도가 허술한 것으로 분석된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직장 동료들이 3년여간 낸 근로소득세 19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전남 여수시 공무원 김모 씨(47·8급)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김 씨는 2009년 7월부터 최근까지 3년 2개월 동안 여수시 직원들이 낸 근로소득세를 국세청 계좌로 이체하는 과정에서 19억여 원을 비밀(가상)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구속되기 전까지 여수시 직원들 급여에서 근로소득세 등 국세를 떼어 내 국세청에 납부하는 원천징수 업무를 맡아 왔다. 김 씨는 감사원이 감사를 시작하자 8일 아내(38)와 함께 자신의 차 안에서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가 119에 구조됐다.
검찰은 김 씨가 빼돌린 근로소득세의 사용처와 공범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김 씨가 횡령한 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8급 공무원 한 명이 3년 2개월간 어떻게 19억 원을 횡령할 수 있었는지 시스템 등을 모두 확인해 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남 완도군은 직원 A 씨(37·여)가 동료들이 낸 근로소득세 등을 빼돌린 의혹으로 감사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최근 2년여간 근로소득세, 사업계약보증금 등 5억여 원을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다. 전남 장성경찰서 B 경사도 동료들이 낸 건강보험료 1억 원 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납부하는 등 공금을 유용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청 감사를 받고 있다. 전남 진도경찰서 C 경위는 진도 지역에 있는 경찰수련원 관리업무를 담당하면서 수련원 운영에 필요한 유류를 공급받는 주유소를 통해 2억2000만 원 상당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청 조사를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금을 다루는 회계 경리 담당 공무원들의 횡령 실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횡령 수법이 대담할 뿐 아니라 액수도 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말이 나온다.
근로소득세 등 공금을 횡령한 이 사건들 모두 자치단체나 경찰서가 적발한 것이 아니라 감사원, 경찰청에서 밝혀낸 것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완도군의 한 관계자는 “근로소득세나 건강보험료 등을 일시 보관하다 국세청,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납부한다”며 “예산 감사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는 데다 담당 직원이 오랫동안 업무를 맡아 횡령 사건이 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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