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광객들 “한국 여행사가 사우나를 숙소로…” 中대사관서 농성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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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비 환불 약속받고 해산


4일 오전 6시경 서울 중구 남산동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에 성난 표정의 중국인 20여 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중국의 중추절과 국경절이 8일간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 5일간 판문점을 돌아보고 제주도의 풍광을 즐길 기대에 부풀어 이날 오전 2시경 충북 청원군 청주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지만 진행을 맡은 국내 H여행사가 호텔 대신에 청주의 한 ‘24시간 사우나’를 숙소라며 안내한 것이 발단이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이런 푸대접이 어디 있느냐”며 버스를 타고 서울 영사부로 직행했다. H여행사가 뒤늦게 “경기 파주시의 호텔을 잡아주겠다”며 진정시키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경 “숙박비 500위안(약 8만 원)을 돌려주겠다”는 여행사의 약속을 받고 나서야 4시간에 걸친 ‘농성’을 풀고 영사부를 나섰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745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4% 늘었다. 하지만 이들이 접수시킨 불편 신고는 지난해 724건으로 2010년보다 39.5% 증가했다. 특히 이번 소동처럼 중추절 연휴를 맞아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9, 10월에 중국인 관광객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영세 관광업체가 무리하게 저가 경쟁에 나서면서 숙박 시설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채 중국인 관광객을 모집하는 데다 숙박 시설 자체가 부족한 게 주 원인으로 지적된다. 수도권 호텔 객실 수요는 3만6000실을 넘었지만 공급은 2만5857실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텔 여관 등 대체 숙박업소를 이용해야 한다. 이번 소동을 빚은 H여행사도 “공항 인근 숙박시설이 꽉 차 관광객들을 사우나에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영토분쟁 탓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대신에 한국으로 몰려 연말까지 외국인 관광객 1100만 명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며 “숙소 탓에 실망하는 관광객들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사우나#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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