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환향’… 대학생들 1인당 120만원 귀성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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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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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앞두고 일찍 내려가… 학생 1인당 50만∼120만원
인터넷으로 논술특강 광고… 단기간 치고 빠져 단속 피해

서울의 사립명문 A대에 다니는 김진규(가명·21) 씨.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고향인 경남 창원시에 내려갔다. 일찌감치 귀향한 이유는 논술 과외를 하기 위해서다.

추석 연휴 5일 동안 하루 6시간씩 고교 3학년 수험생 3명을 가르쳤다. 고향에선 이미 명강사로 이름났다. 입시 컨설팅을 포함해 1인당 120만 원을 받았다. 김 씨는 “추석 연휴 동안 딱 하루, 고향 집에서 쉬었다. 가족 얼굴보다 수험생들 얼굴을 더 많이 봤다. 고향 친구도 못 만났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했다.

김 씨처럼 ‘귀향 과외’를 하는 대학생이 올해 크게 늘었다. 대학생 송선미 씨(22)는 “고향에서 과외에 집중하기 위해 연휴 전후로 며칠씩 학교에 안 나온 친구가 주변에만 1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귀향 대학생들은 수험생들에게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데다 입시를 직접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입시 컨설팅, 논술 등 수시 관련 정보에도 밝아 지방 학부모에게 인기가 많다.

올해 처음 귀향 과외를 한 김선형 씨(21)는 말했다. “불황에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특히 올해 추석 기간은 고3 수험생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10월 초인 데다 3일 개천절까지 더해 5일 이상 연휴로 이어지니 대학생들이 대목으로 여긴 거죠.”

고향이 서울인 대학생들은 ‘스터디룸 과외’로 추석 특수를 누렸다. B대 법학과 졸업 예정인 B 씨(25·여)는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하루 3시간씩 신촌 스터디룸에서 하는 특강을 공고했다. 4∼6명을 대상으로 팀당 90만 원 정도. 그는 “주요 대학의 논술 기출문제를 엄선해 개별 첨삭해준다”고 소개했다. 고교생이 많이 모이는 네이버의 어느 카페에는 추석을 앞두고 이처럼 대학생의 ‘추석 논술 특강’ 모집 글이 앞다퉈 올라왔다. 대학생들은 수시 논술전형으로 합격했거나 학원에서 자기소개서를 첨삭한 경험이 있다며 수험생들을 유혹했다.

대학생의 ‘1대1 맞춤형 과외’도 추석 연휴를 달궜다. 보통 논술이나 특정 과목을 3일에서 일주일 동안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식이다. 최소 기간에 최대 효과를 끌어내준다고 선전한다. 대치동의 논술학원 강사 C 씨는 “상대적으로 수험생에게 친근한 대학생의 강점을 극대화한 방식이다. 대개 학생 수십 명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에선 이렇게 유연한 지도를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과외는 대부분 은밀하게 진행된다. 수강료는 대부분 고액이다.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 김영선 씨(44·서울 서초구)는 “강남 일대에선 이미 추석 한 달 전부터 대학생 과외 선생 모시기 전쟁이 있었다. 최소 50만 원 이상의 고액이 오간 걸로 안다”고 귀띔했다.

정부는 올해 추석 연휴 동안 서울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 7개 학원중점관리구역을 중심으로 집중 단속을 벌였지만 대학생 고액 과외는 거의 적발하지 못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대학생의 고액 맞춤형 과외는 소규모인 데다 유연하게 치고 빠져 적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귀성과외#추석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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