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장난감 로봇보다 숲속 동·식물이 더 좋아요”… 북한산 유아숲체험원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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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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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창의성·체력 골고루 성장

북한산 유아숲체험원에서는 각종 야생 식물 및 곤충 관찰, 계곡 물놀이, 체육활동 등 교육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북한산 유아숲체험원에서는 각종 야생 식물 및 곤충 관찰, 계곡 물놀이, 체육활동 등 교육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자연 속에서 놀이식 교육으로 어린이의 신체와 인성을 고르게 성장시키는 ‘숲 유치원’이 학부모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어린이가 좁은 실내 공간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기존 유치원을 벗어나 자연과 생명을 직접 접할 수 있는 유럽식 전원교육이 유아교육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북부지방산림청 서울국유림관리소가 서울 인천 등지 국유림 3곳에 조성한 유아숲체험원(이하 숲체험원)이 유아와 학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11일 서울 ‘북한산 유아숲체험원’을 방문한 햇님유치원(서울 성북구) 어린이들의 ‘녹색 교육’ 현장을 따라갔다. 햇님유치원은 서울국유림관리소가 지정한 시범 숲유치원이다.

오전 10시 반, 5, 6세 어린이 30명이 현장에 도착해 숲해설가와 마주했다.

“여러분! 숲에 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이죠?”

숲해설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린이들은 “숲에게 인사를 해야 해요”라며 일제히 숲을 향해 입을 모았다.

“나무야, 숲아, 잘 있었니? 오늘도 우리가 건강하게 잘 놀다 가게 해주렴.”

숲해설가가 어린이들에게 야생 꽃을 소개하는 모습.
숲해설가가 어린이들에게 야생 꽃을 소개하는 모습.
숲해설가와 함께 제자리뛰기,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을 마친 어린이들은 줄을 지어 숲체험원으로 들어섰다.

첫 번째 프로그램은 곤충 관찰하기. 원진희 숲해설가가 잠자리 한 마리를 잡아 잠자리의 몸 구조와 특징을 설명했다.

숲해설가를 따라 발길을 옮기니 주택가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각종 꽃과 나무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영희 숲해설가는 “이 식물은 신맛이 느껴지는 괭이밥, 이 풀은 쓴맛이 나는 씀바귀예요. 저 나무는 짠맛이 나는 소금나무, 그 옆에는 매운맛이 나는 겨자나무이지요”라며 식물 하나하나를 소개했다.

어린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식물 이파리와 열매를 따서 냄새를 맡고 맛을 보느라 분주했다. 이 해설가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오감(五感)을 활용해 숲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라면서 “식물마다 다른 모양과 색깔, 향기, 맛을 지닌 것을 배우는 것부터 창의성·상상력 교육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 밧줄 타고 산 오르며 체력과 배려심 향상


숲체험원에선 어린이들이 체력을 기를 수 있다. 어른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좁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어린이들이 밧줄에 의지해 직접 올라간다. 어린이가 평소 쓰지 않던 온몸의 근육을 사용하도록 설계된 것.

바위들로 이루어진 내리막길을 지나면 통나무 건너기 연습장이 나온다. 어린이들은 차례로 통나무에 오른 뒤 양팔을 벌린 채 통나무를 건너간다. 이 같은 사소한 활동도 인성교육 측면에서 효과가 크다는 게 숲해설가의 설명. 이 해설가는 “가정에서 독자로 자라다 보면 자칫 이기적인 성향을 지닐 수 있는 어린이들이 이 같은 활동을 하면서 다른 친구의 안전을 배려하고 질서의식을 발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어린이들은 도토리 팽이 돌려보기, 국수나무 가지로 소형 독침 만들어보기 등 놀이 프로그램도 체험했다. 어린이들이 팽이를 만들 도토리를 주울 때도 숲해설가의 교육은 계속된다. 도토리를 주식으로 살아가는 숲 속 다람쥐를 배려한다면 도토리도 최소량만 가져가야 한다는 것. 또 도토리 속에 애벌레 알이 들어있다면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그 자리에 그대로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 곤충아파트 지어주며 과학공부도 저절로

숲체험원에선 계절마다 다른 체험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과학을 공부할 수 있다. 여름에는 폭우가 내린 뒤 계곡의 물길이 달라진 모습을 관찰하면서 물이 지닌 거대한 힘을 배운다. 겨울에는 ‘곤충 아파트’를 만들며 겨울잠을 자는 곤충과 동물의 생태를 공부한다.

현장에서 만난 신승호 군(6)은 “유치원 실내에서 장난감 로봇을 가지고 놀 때보다 숲에서 곤충을 구경하고 식물로 장난감을 만들어보는 게 훨씬 재밌다. 한 달에 두 번 오는데 앞으로 매일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햇님유치원 황봉화 원장(48)은 “어린이의 인성 창의성 체력을 두루 성장시키는 전인교육의 장으로 숲체험만 한 것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어린이들이 워낙 재밌어해 비가 오거나 쌀쌀한 날에도 숲체험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서울국유림관리소는 북한산(서울 성북구 정릉동), 수락산(서울 노원구 상계동), 청량산(인천 연수구 청학동) 등 3개 지역에서 유아숲체험원을 운영한다. 숲체험 참여 문의 서울국유림관리소 산림경영팀 02-3299-4562

글·사진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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