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공눈 넣은 아홉살 찬희, 거울 보는 습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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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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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구성형에 각계 후원 늘어

경인지역 유일의 시각장애특수학교인 인천 혜광학교 학생들이 오케스트라단을 구성해
봉사 연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인천 혜광학교 제공
경인지역 유일의 시각장애특수학교인 인천 혜광학교 학생들이 오케스트라단을 구성해 봉사 연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인천 혜광학교 제공
시각장애인들이 외모에 자신을 갖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안과 성형의 길을 터주는 후원의 손길이 미치기 시작했다.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인천 혜광학교(부평구 십정동) 초등생인 김찬희 군(9·3학년)이 10일 달라진 모습으로 첫 등교를 했다. 선천성 백내장에다 녹내장 증세까지 겹쳐 안구 돌출이 심했던 오른쪽 눈을 인공눈(의안)으로 바꾸는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10여 일 만에 학교로 돌아와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김 군은 왼쪽 눈으론 물체를 흐릿하게 분간할 수 있고, 확대경을 통해 글씨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외관상으로는 정상에 가까워졌다. ㈜삼구아이앤씨 구자관 책임대표사원(사장) 주도로 만든 후원단체 ‘마주보기’의 수술 지원으로 이런 행운이 찾아왔다. 평상시 동네 친구들로부터 ‘눈깔 병신’이란 험한 소리까지 들으며 주눅들 수밖에 없었던 김 군은 서서히 자신감을 찾고 있다. 혜광학교 측은 “찬희가 거울을 보면서 잔웃음을 수시로 짓는 등 표정이 아주 밝아졌다”고 전했다.

구 대표는 지난해 12월 역경을 헤치고 사업에 성공한 경험담을 들려주는 특강을 하면서 혜광학교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시각장애인들도 외모로 인해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후원 조직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주보기 회원 200여 명이 매달 각자 5만 원씩 모아 시각장애인 안구 성형수술을 해주기로 했다. 앞으로 매달 2, 3명이 수술을 받을 수 있어 10년 뒤면 성형수술이 가능한 국내 시각장애인 전체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혜광학교에 다니는 시각장애인 학생 151명 가운데 50여 명이 안구 성형수술을 희망했는데, 안과전문병원 인천 한길안과에서 시신경 검진 등 사전 검사를 한 결과 15명만 수술이 가능한 것으로 판명 났다.

김 군의 경우 부친을 포함한 형제자매 4명이 선천성 백내장을 앓으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데다 수술 효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돼 1순위 수술 대상자로 뽑힌 것. 수술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두면 자칫 오른쪽 눈이 점점 커져 터질 수 있는 우려도 있었다. 지난달 29일 한길안과에서 그의 오른쪽 눈 중심부에 있는 수정체를 들어내고 첨단기술이 적용된 인공안구를 넣었다. 수술을 마친 후 그의 오른쪽 눈은 여전히 앞을 볼 수 없지만 안구근육과 연결된 인공안구가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됐다. 왼쪽 눈으로 사물을 분간할 수 있기 때문에 얼핏 보면 정상인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마주보기는 먼저 혜광학교 학생 15명에게 수술 지원을 해준 뒤 지원 대상자를 전국으로 늘려 나가기로 했다. 이 같은 시각장애인 안구 성형 돕기 운동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가수 김장훈 씨는 평상시 시각장애인 지원활동을 활발히 펴는 한길안과에 1억 원을 시각장애인 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혜광학교 김학년 교사는 “정상인과 다른 안구 형태를 가진 시각장애인 상당수가 외모 열등감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 이들의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안구 성형 지원이 더욱 활기를 띠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인천#경기#안구성형#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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