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X맨·VJ인성특공대…학생들이 주인인 이색 인성교육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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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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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육효과’ 만점!

경기 가운중 1학년 2반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핑크·블루배지를 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경기 가운중 1학년 2반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핑크·블루배지를 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최근 초중고교에서는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이색 인성교육 프로그램들이 등장해 교육 효과를 높이고 있다. TV 예능프로그램 ‘X맨’ 콘셉트를 적용해 학생이 직접 언어생활 ‘감시자’ 임무를 수행하는가 하면, VJ와 배우로 참여해 인성교육 손수제작물(UCC)을 제작하기도 한다. 자칫 형식적으로 흐르기 쉬운 인성교육을 ‘효과 만점’ 프로그램으로 활성화시킨 두 학교, 경기 가운중과 인천양지초를 소개한다.

○ 경기 가운중 “친구들의 언어문화, X맨이 지킨다!”

경기 가운중(교장 차정숙) 1학년 2반 이수미 담임교사는 월요일 아침이 되면 학급 학생 중 한 명을 선정해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오늘부터 우리 학급의 X맨은 당신입니다.”

문자를 받은 학생은 2주 동안 ‘언어지킴이 X맨’이 돼 학급 친구들의 언어생활을 모니터링한다. 고운 말을 사용한 친구, 욕설·비속어를 사용한 친구의 이름과 발언 횟수를 담임교사에게 보고하는 임무를 가진다.

이 교사는 X맨 학생의 보고내용을 토대로 고운 말을 사용한 학생에게는 핑크배지와 상점(1점)을 주고, 욕설·비속어를 3회 이상 사용한 학생에겐 블루배지를 달아준다. 핑크배지를 한 달간 계속 유지한 학생에겐 ‘언어왕’ 배지가 주어진다. 블루배지를 받은 학생은 2주간 욕설·비속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블루배지를 반납하고 다시 상점(1점)을 받을 수 있다. 계속 비속어를 사용할 경우 벌점 3점을 추가로 받게 된다.

학교는 블루배지를 자주 받는 학생을 대상으로 ‘명심보감 옮겨 쓰기’ 과제를 주고 정서 순화를 돕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전문상담교사를 초빙해 분노 조절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 학교 전명자 교감은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개발한 언어지킴이 X맨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데는 교사들이 블루배지를 함께 달고 다니면서 모범을 보인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친구의 잘못을 교사에게 몰래 보고해야 하는 시스템이 자칫 학생들 사이에 갈등을 일으킬 우려도 있을 터. 이에 대해 이 학교 김미영 연구부장 교사는 “X맨의 역할을 몇몇 학생이 독점하는 게 아니라 마치 ‘주번’ 활동을 하듯 모든 학생이 돌아가며 맡게 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학년 김상민 군(13)은 “블루배지를 단 뒤 말을 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말을 하게 됐다”라며 “빨리 X맨으로 선정돼 우리 학급의 언어지킴이 역할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 인천양지초 “스마트폰 중독, 연기하며 고쳤어요”

인천양지초 방송반 학생들이 교내에서 VJ인성특공대 방송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인천양지초 방송반 학생들이 교내에서 VJ인성특공대 방송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인천양지초(교장 이혁기) 학생들은 매주 월요일 2교시 수업이 끝나면 교실 TV에 눈과 귀를 집중한다. 이 시간부터 20분 동안 이 학교 방송반 학생을 포함한 6학년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UCC 프로그램 ‘양지 VJ 인성특공대’가 방영되기 때문. ‘친구의 괴롭힘’ ‘바른생활 학교생활’ ‘웃으며 삽시다’ 등 생활인성을 주제로 한 영상뿐 아니라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 등 애국지사의 나라사랑 정신을 배울 수 있는 영상도 방영한다. 특히 1학기에 제작한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영상은 학생들이 스마트폰 중독 유형을 실감나게 연기해 전교생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방송반원으로 VJ 인성특공대에 참여하고 있는 6학년 함승아 양(12)은 “만약 스마트폰 중독과 관련해 이론 위주의 교육이 실시된다면 학생들도 지루하게 받아들일 텐데, 영상 속에서 ‘내 친구’의 연기를 볼 수 있으니 학생들의 집중도가 높고 자신의 생활습관도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손성호 윤리부장 교사는 “지난해 인천양지초가 집단폭력사건을 겪은 것을 계기로 이론 위주의 폭력예방교육이 아닌 학생들의 참여를 극대화한 인성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학년별로 명찰 색깔을 달리한 ‘학년별 생활실명제’와 ‘친구사랑 마일리지’ 제도, 사제 간 ‘사랑의 쪽지상담’ 등 기타 프로그램들도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어 실질적인 인성교육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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