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가 개최한 ’부모와 함께하는 사춘기로의 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한 초등생과 학부모가 ‘서로의 심장소리 들어보기’ 활동을 하고 있다.
어린이가 사춘기를 맞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초등 고학년들은 갑자기 찾아온 신체 변화에 당황하면서도 이를 부모와 터놓고 이야기하길 꺼린다. 학부모로선 특히 사춘기를 맞은 자녀에게 성(性)교육이 필요하단 사실을 알면서도 그 내용과 수위를 가늠하기 어려운 탓에 선뜻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이런 초등생과 학부모를 위해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는 매월 3, 4주 토요일 ‘부모와 함께하는 사춘기로의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초등생이 부모님과 함께 사춘기와 성 문제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
최근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를 찾아 초등 4∼6학년 5명이 참여하는 특별한 성교육 현장을 들여다봤다.
○ “아빠의 심장소리는 어떨까?”
이날 프로그램은 부모와 ‘몸’으로 소통하는 시간으로 시작됐다. 부모님과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면서 친밀감을 갖게 하려는 취지. 초등생들은 △눈을 감은 채 부모님과 등을 맞대고 기대기 △서로의 눈빛을 보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서로의 심장소리 들어보기 등의 활동을 했다. 아버지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민수 군(11·서울신동초 5학년)은 “아빠의 심장소리를 처음 들어보니 참 신기했다”며 웃었다.
이날 참가자들이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 활동은 ‘조각가 되어보기’. 이 놀이는 자녀와 학부모가 ‘조각가’와 ‘조각상’으로 역할을 서로 맞바꾸어가며 ‘조각가’인 상대가 말하는 형태의 조각상으로 몸을 만드는 것. 학부모가 ‘멋진 궁수(활 쏘는 사람)가 되어보라’ ‘산책을 하는 모습이 되어라’와 같은 주문을 하면 자녀 초등생들은 주문에 해당하는 조각상의 모습으로 자세를 취했다.
진행을 담당한 문경선 성교육담당강사는 “부모님의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도록 할 땐 재미를 느끼지만, 반대로 내가 부모님의 주문에 따라 몸을 움직이면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때는 참 불편했을 것”이라며 “누군가가 강제로 내 몸을 통제하려 할 때의 불편한 느낌을 느껴보는 것부터 성폭력 예방교육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 “몽정,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신체를 활용한 소통 프로그램이 끝난 뒤 초등생을 대상으로 별도 성교육이 진행됐다. 사춘기에 이르면 남자 여자의 신체와 심리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 또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어린이 여러분, 몽정이 뭔지 아나요?”
최은지 성교육담당강사가 질문을 던졌다. 초등생들은 “꺅! 그걸 어떻게 말로 해요”라며 킬킬거렸다. 최 강사는 “몽정은 절대로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여러분이 꿈에서 아이유 누나와 함께 신나게 놀았어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유 누나가 볼에 뽀뽀를 쪽 해준 거예요. 그런데 꿈에서 깨어보니 속옷에 끈적끈적한 것이 묻어 있었어요. 그건 무엇일까요?”
최 강사는 말을 이어갔다.
“컵에 물을 따르다가 컵이 가득 차면 물이 흘러넘치지요? 몽정의 원리가 그것이에요. 남자의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는 정자 보관소에 채워지는데 보관소가 가득 차면 그중 일부가 자연스럽게 몸 밖으로 나오지요. 그것이 몽정이랍니다.”
설명을 들은 유지상 군(10·서울 한성화교소학교 4학년)은 “성(性)은 그저 야하고 부끄러운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이제 사춘기가 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 “생리는 축하받을 일이에요”
한편 이번 프로그램에선 어른이 되기 위해 사용하게 되는 물건의 이름을 맞히는 스피드퀴즈도 진행했다. 한 명이 상자 안에 든 물건을 살펴본 뒤 이를 말로 설명하면 다른 친구들이 이 물건의 정확한 이름을 맞히는 방식.
한 남학생이 상자에 든 면 생리대를 보고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느냐”며 당혹스러워하자 정답을 눈치 챈 6학년 최 양(13)이 “생리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생리를 시작하면 선물을 받을 정도로 여자에겐 축하받을 일”이라고 똑똑히 말했다. 최 양은 “처음에는 어색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엄마와 함께 이 교육에 참여하면서 유익한 지식을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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