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견인 5시간만에… 車뒷자리서 시신 발견, 동승 운전자 “사고당시 살아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7일 03시 00분


경찰 사고처리 부실 논란… 27일 부검 통해 사인 밝히기로

25일 오전 10시경 충북 제천시 고암동의 모 자동차공업사 직원들은 이날 새벽 들어온 교통사고 차량을 살펴보다 비명을 질렀다. 차량 조수석 뒷자리에서 몸을 앞으로 웅크리고 있는 시신 1구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사고는 이날 오전 4시 35분경 제천시 화산동 역전오거리에서 발생했다. 이모 씨(26)가 몰던 아반떼 차량이 신호대기하고 있던 22t 화물차를 들이받은 것. 에어백이 나오면서 이 씨와 조수석에 타고 있던 일행은 큰 부상을 입지 않아 스스로 차량 밖으로 나왔다. 이들은 전날 밤 상(喪)을 당한 다른 직원의 상가에서 밤새 조문을 하고 나와 별도의 술자리를 가진 뒤 귀가하는 길이었다.

출동한 경찰은 이 씨 등 2명을 지구대로 연행했고 음주측정 결과 면허취소 기준(혈중 알코올농도 0.1%)을 넘는 0.13% 상태라는 걸 확인했다. 뒤이어 119구조대와 견인차들이 도착했다.

그러나 경찰, 119구조대, 견인차 운전기사 모두 뒷자리에 김모 씨(37)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날이 밝기 전인 데다 차 유리가 짙게 선팅 돼 있어 미처 보지 못한 것이다. 뒷자리 문을 열어보기만 했어도 김 씨의 탑승 사실을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경찰과 119의 사고 처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사고 직후 김 씨가 살아 있다가 장시간 방치되는 바람에 사망했을 수도 있어 경찰과 소방당국의 과실 가능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운전자 이 씨는 사고 직후 조사에서 “추가 동승자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시신이 발견된 후 경찰 추가 조사에서 “뒷자리에 타고 있던 김 씨에게 사고 사실을 알리려고 했지만 상체를 앞으로 숙인 채 코를 골며 자고 있어 깨우지 않았고 이후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느라 잊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로 경황이 없었고 정신을 차린 뒤에는 뒷자리에 있던 선배가 먼저 빠져나와 자리를 뜬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제천경찰서 측은 “만취 상태였다고 해도 사고를 당한 뒤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신빙성이 떨어지는 진술”이라며 “27일 부검을 통해 사고 당시 생존 여부를 가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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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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