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A-B형 중 뭘 선택하나” 현 高2는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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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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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 “어려운 B형 경우 등급경쟁 치열해질 것”

B형 수능은 지금 수능보다 어려워진다, A형과 B형 응시를 놓고 중하위권 수험생은 막판 눈치작전을 벌여야 한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를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해 쏟아지는 걱정들이다.

내년 수능은 국어 수학 영어 등 주요 3개 과목을 수험생이 A형과 B형 중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A형은 지금보다 쉽고, B형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어와 수학은 동시에 B형을 선택하지 못한다. 인문계 학생의 수학, 자연계 학생의 국어 공부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문제를 쉽게 내겠다는 것이 교육 당국의 의도다.

하지만 A, B형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 수험생의 느끼는 혼란은 커져만 간다. 새로운 방식의 수능을 둘러싼 논란과 궁금증을 교육당국과 전문가들의 도움말로 풀어본다.

○ 상위권이 B형 택하면 등급 하락?

문제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B형을 선택하면 등급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입시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수험생이 A, B형으로 나눠지면 상위권인 현재의 1∼4등급 학생이 대부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B형에서는 1등급을 받던 학생 중 일부가 2등급으로 내려간다는 분석이 나온다. 2등급을 받을 만한 학생 역시 2∼4등급으로 갈라지면서 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교육 당국은 등급이 떨어져도 수능은 어차피 상대평가이므로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송선진 교과부 대입제도과장은 “등급은 비율에 따라 정해지므로 수험생이 A, B형으로 나뉘면 각각의 등급을 받는 학생 수는 당연히 줄어든다. 하지만 대학도 등급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을 예상하고 최저학력기준을 더 넓히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의 설명과 달리 대학이 기존의 등급 기준을 변경하지 않으면 등급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 수능이 더 어려워진다?

메가스터디가 쉽게 출제된 2012학년도 수능을 비교적 어려웠던 2011학년도 수능과 비교한 결과 만점에서 누적 상위 3%까지(인문계열 기준) 범위 안에 있는 수험생의 표준점수 차가 34점에서 17점으로 줄었다. 34점 사이에 몰린 상위 3%(1만1000명)가 쉬운 수능으로 17점 사이에 몰리면서 동점자도 늘어났다. 수능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에서 지원자들이 큰 혼란을 겪었던 이유다.

내년 수능의 B형을 현재 수준으로 출제하면 1∼4등급 상위권 수험생의 평균점수가 더 올라 변별력이 떨어진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변별력을 확보하려면 B형 수능이 어려워지고 EBS 연계율 역시 조금 낮아질 수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쉬운 A형과 구분하기 위해서라도 B형을 지금보다 더 어렵게 출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미정 김영일교육컨설팅 교육연구소장도 “B형의 전체적인 난이도는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고난도 문항을 조금 더 많이 활용해 변별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송 과장은 “내년 11월에 치를 시험의 수준을 지금 정확히 얘기하긴 힘들다”면서도 “A, B형을 분리한 이유는 수능을 쉽게 내기 위해서인데 변별력을 이유로 B형을 특별히 어렵게 출제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 어느 유형 선택해야 유리?

수험생의 고민은 결국 둘 중에서 어느 유형을 선택하느냐에 있다. A, B형을 모두 반영하는 대학이라면 A형을 선택하고 높은 점수를 받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유형 선택에 따른 유불리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고교 2학년을 대상으로 치렀던 모의 수능(6월) 결과를 보면 영어 A형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의 표준점수가 188점까지 치솟았다. 실력이 낮은 학생이 A형에 많이 응시해 원점수 평균이 32.39점에 그친 결과다. 반면에 영어 B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37점이었다.

A형과 B형을 모두 반영하려는 대학은 B형을 선택한 수험생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유형 간에 표준점수 차가 너무 크면 수험생으로서는 무엇이 유리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송 과장은 “A, B형 교차지원에 따른 가산점 문제를 대학도 고심하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A형 몇 점이 B형 몇 점이라고 정확히 계산하기 쉽지 않다”며 유형 선택에 대한 수험생의 혼란을 일부 인정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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