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요 나눔예술]어색한 춤 동작에 중국인 외할머니 손녀와 ‘까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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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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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 아동 ‘음악교실’

18일 서울 서대문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유아반 아이들이 에스더 권 음악교실에서 바이올린 활을 들고 자세를 배우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18일 서울 서대문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유아반 아이들이 에스더 권 음악교실에서 바이올린 활을 들고 자세를 배우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다문화가정 및 아동센터 아이들이 악기를 배우는 서울 북가좌동의 서대문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행복자람교실’(www.nanumart.com)이 음악인들의 나눔터로 거듭나고 있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흥미를 주는 특별레슨과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굿모닝 투 유∼ 웃는 얼굴로∼.”

하얀 발판을 무대삼아 둘러 선 일곱 아이들. 바이올린 선생님을 따라 두 팔을 흔들며 노래하고, 미소를 머금은 엄마들도 동작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다. 생업에 바쁜 딸을 대신해 손녀 가영(5)이와 함께 나온 중국인 외할머니는 어색한 몸짓을 감추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미국에서 바이올린 교사로 활동하는 에스더 권 씨(56·여)가 18일까지 한 달간 다문화 엄마들과 아이들을 위한 신나는 음악교실을 열었다.

“부모님 뵈러 왔다가 음악교실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는 참여하게 됐어요. 미국에서도 하던 일이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즐거워요.” 그는 당초 2, 3차례 레슨을 해 줄 생각이었지만 아이들과 지내는 즐거움에 빠져 한 달 휴가를 음악교실에 쏟았다. “기회가 되면 물론 또 하고 싶죠. 내년에 아이들이 성장한 모습도 보고 싶고요.”

권 씨는 “어깨에 바이올린 활을 대고 위 아래로 켜면 거미소리가 난다”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바이올린 잡는 자세를 가르치는 것으로 그는 게임 율동 노래 등을 통해 악기와 친해지게 한다. ‘굿 모닝’ 노래로 시작한 수업은 ‘사요나라∼(안녕)’로 끝났다. 일본 엄마를 둔 시온(7)이 멋쩍어하는 것을 본 권 씨가 “시온의 표정이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아이들의 합주시간인 매주 수요일 펼쳐진 30분 남짓의 공연도 악기 배움터의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동안 음악교실 선생님들의 현악연주를 필두로 거문고4중주, 현악4중주, 목관5중주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 日뮤지션 익살연기에 캄보디아 주부 환호… 이주민 배우-다문화가족 만남 ▼

배우들은 몽골 필리핀 일본 북한에서 왔다. 배우자의 나라에 온 관객의 국적도 제각각이다. 20일 전북 군산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임춘희)의 이주민배우와 다문화가족 간의 만남. 동아일보사 사회공헌프로그램의 일환인 나눔무대다.

한 초등학교 음악반. 네팔에서 온 비제, 필리핀계 엄마를 둔 마리나, 비제를 못마땅해 하는 영숙을 중심으로 음악대회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갈등과 우정을 다룬 음악극 ‘마리나와 비제’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아이들 역할을 맡은 어른배우들의 등장에 관객석에 있던 캄보디아계 주부 부스시낫 씨(29)의 눈이 빛났다. 모두 이주민이란 말은 들었지만 눈앞에서 보니 그제야 실감난다는 표정.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던 객석은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에 박수로 박자를 맞췄다. 음악교사 역을 맡은 일본인 밴드 ‘곱창전골’의 리더 사토 유키에 씨(50)의 익살스러운 연기와 연주는 극의 감초. 1995년 신중현의 음악에 매료된 그는 한국여성과 결혼해 10여 년째 한국에 산다. 그는 “‘음악교사 역할로 딱 어울린다’란 말에 무대에 서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네팔인 역을 맡은 김충성 씨(36)는 올 2월 서울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북송반대집회를 이끈 탈북예술가다. 북한에서 성악을 전공한 김 씨는 할아버지가 6·25전쟁 때 국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북한 내에서 예술가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접었다.

연극이 끝나자 한 여자아이가 쪼르르 무대로 달려가 “엄마 잘했어요”라며 가떼린 에스마리잔 씨(33·필리핀)의 품에 안겼다. ‘아이1’ 역할의 엄마지만 일곱 살 딸아이에겐 누구보다 훌륭한 주인공이다. 모녀의 모습은 감동으로 관객과 호흡하는 나눔무대만의 풍경이다.

군산=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


<바로 잡습니다>

◇7월 31일자 16면 ‘어색한 춤 동작에 중국인 외할머니 손녀와 까르르’ 기사에 딸린 사진 촬영 장소는 ‘전북 군산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아니라 ‘서울 서대문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기에 바로잡습니다.

◇본보는 7월 31일자 16면 ‘日 뮤지션 익살연기에 캄보디아 주부 환호’ 기사에서 본사 사회공헌프로그램의 일환으로 7월 20일 군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마리나와 비제’가 공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마리나와 비제’ 공연 주최인 다문화극단 샐러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복권나눔기금 다문화 시설순회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금호석유화학#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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