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세빛둥둥섬 가보니… 1390억짜리 ‘귀신섬’이 둥둥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0일 03시 00분


텅 빈 내부엔 먼지가 가득

18일 오전 서울 반포대교 남단 세빛둥둥섬 제2섬 내부. 플로섬 관계자들이 텅 비어 있는 홀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건물 외벽 유리창에는 먼지가 잔뜩 끼어 있고 실내에는 오물과 거미줄이 눈에 띄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18일 오전 서울 반포대교 남단 세빛둥둥섬 제2섬 내부. 플로섬 관계자들이 텅 비어 있는 홀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건물 외벽 유리창에는 먼지가 잔뜩 끼어 있고 실내에는 오물과 거미줄이 눈에 띄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간간이 비가 내리던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대교 남단 세빛둥둥섬 주변에는 상류에서 내려온 쓰레기와 막걸리병, 나뭇가지가 밀려와 있었다. 시민을 위한 음악회와 영상 상영회가 열렸던 미디어아트갤러리는 입구에 쇠사슬이 둘러진 채 ‘출입금지’ 표지가 붙어 있다. 옆엔 인근 주민이 버리고 간 듯한 자전거가 거미줄이 쳐진 채 놓여 있다.

○ ‘빛 못 보는’ 세빛둥둥섬

서울시가 최근 감사를 통해 ‘총체적 부실’이라고 결론지은 세빛둥둥섬은 6일부터 장마로 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육지와 연결된 다리를 분리한 채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섬은 말 그대로 텅 비어 있다. 건물 외벽을 이루고 있는 유리창에는 장맛비에도 씻겨나가지 않은 먼지가 그대로 앉아 있었고 1층 바닥 곳곳에는 오물이 떨어져 있다. 제1섬과 2섬에 편의점 2곳, 분식집, 커피숍 등이 입점해 있었지만 지난해 말 임차료를 내지 못해 모두 철수한 상태다.

세빛둥둥섬 건설 및 임대 등을 일괄해 맡고 있는 민간운영사 ㈜플로섬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약 32만 명을 기록했던 방문객 수는 올해 상반기 약 8만 명으로 급감했다.

○ 감사 이후 운영자 선정 어려워져

총사업비 1390억 원이 투입된 세빛둥둥섬은 2009년 3월 착공해 2011년 5월부터 일부를 시민에게 공개하기 시작했다. 제1섬은 각종 국제회의를 소화하는 컨벤션센터로, 제2섬은 음악회나 전시회 등 각종 문화행사 공간으로, 제3섬은 수상레포츠 시설로 건설됐다. 하지만 2011년 7월 플로섬과 시설 임대계약을 맺은 CR101사가 보증금을 납부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후 현재까지 운영업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 플로섬 측은 현재 월세 10억 원과 실내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운영업체를 찾고 있다.

플로섬 관계자는 “현재 전체 시설을 운영할 업체 외에도 입주 희망 업체 7, 8곳과 접촉하고 있는데 서울시에서 ‘계약이 무효에 가깝다’고 발표해 업체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말까지 업체 선정 및 내부 인테리어 등을 마치고 정식으로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장마가 끝난 뒤 다시 다리를 연결하고 섬 외부와 1층 로비 공간을 시민에게 개방할 예정이지만 그 외 공간의 활용 계획은 전혀 없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플로섬 측에 무상임대 기간을 줄이고 주차장 무상제공 조항을 재검토하는 등 독소조항 및 불공정 조항을 수정하는 내용의 재협약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법률·회계자문단 인선이 마무리되고 있다”며 “어쨌든 빨리 협상을 마무리해 정상 운영을 도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한강공원에서 세빛둥둥섬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장마로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표지가 붙어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한강공원에서 세빛둥둥섬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장마로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표지가 붙어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시민들 “만들어놓고 왜 활용 못하나”

세빛둥둥섬 감사에서 서울시가 지적한 주요 문제점은 △절차를 무시하고 사업협약을 바꾸면서 총사업비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점 △무상사용 기간이 20년에서 30년으로 늘어난 점 등이다. 플로섬 측은 “당시 서울시가 조속한 사업 추진을 원해 실시설계 없이 시공을 병행 추진하는 패스트 트랙 방식을 택했다”며 “선례가 없는 공사라 당초 예상했던 총투자비보다 증가했다. 감사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시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서울시가 민자 투자 사업 추진에 대한 입장을 바꾸면 불신만 초래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 주민 이모 씨(38·주부)는 “처음 완공했을 때도 별 볼거리가 없었다”며 “그나마 다 만들어놓고 제대로 활용조차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 씨(31·회사원)는 “전임 시장이 했던 사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뒤엎기보다는 문제가 있다면 책임소재와 재발방지 대책을 분명히 하고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 ‘경비 부풀리기’ 졸속추진 세빛둥둥섬…서울시 빚만 ‘둥둥’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한강#세빛둥둥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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