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갈라진 두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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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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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철거 최종시한 넘긴 양평… 주민들 찬반집회 대립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 사업지 주변 비닐하우스 철거를 앞두고 주민들이 찬성과 반대 측으로 나뉘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왼쪽 사진은 18일 4대강 두물머리 유지관리도로 건설공사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은 전날인 17일 공사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건설공사에 투입될 굴착기 앞에 드러누워 반대시위를 벌이는 장면이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제공·양평=연합뉴스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 사업지 주변 비닐하우스 철거를 앞두고 주민들이 찬성과 반대 측으로 나뉘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왼쪽 사진은 18일 4대강 두물머리 유지관리도로 건설공사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다. 오른쪽 사진은 전날인 17일 공사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건설공사에 투입될 굴착기 앞에 드러누워 반대시위를 벌이는 장면이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제공·양평=연합뉴스
‘마지막 4대강 공사’로 알려진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 유지관리도로 건설사업이 18일 자진철거 최종 기한을 맞았다. 유기농민 4명이 비닐하우스 철거를 거부해 3년째 공사가 멈춘 곳이다. 이날 현장은 정부의 공사 집행 강행을 요구하는 주민들과 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이 뒤엉켜 하루 종일 소란스러웠다.

현장 분위기는 오전 9시부터 달아올랐다.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한강 1공구 양평 두물머리’ 공사현장으로 피켓을 든 주민 40여 명이 모여든 것. 피켓에는 ‘4대강 사업 외부인은 방해말라’ ‘두물머리 사업 속히 시행하라’ 등이 적혀 있었다. 2009년부터 3년 동안 유기농민들의 두물머리 4대강 사업 거부가 계속됐지만 지역 주민이 철거요청 시위를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지역 주민인 손기용 한강지키기운동본부 양평지역 대표는 “이웃인 유기농민 4명을 존중해 3년간 기다려 왔다”며 “하지만 4가구 때문에 지역 발전이 늦춰지는 것을 더는 방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손기원 씨(78)는 “다른 지역이 강을 정비하고 관광객을 맞아들일 준비를 하는 동안 양수리는 외부단체가 낀 시위 때문에 정체됐다”며 “정부가 원칙을 세웠다면 엄정히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지역 주민들은 전날 유기농민들과 4대강 반대단체 회원들이 비닐하우스 철거와 관련이 없는 관리도로 공사현장에서 굴착기 앞을 가로막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서자 격앙했다. 주민 이희원 씨는 “외지 사람들이 두물머리에 와서 ‘4대강 반대의 중심지’라고 말하는 것이 못마땅하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두물머리 사업을 반대해온 주민 4명과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 40여 명도 이날 주민들의 시위현장을 지켜보면서 “비닐하우스 철거는 절대로 안 된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지역 주민이 시위에 나서자 유기농민 4명과 사업관리 주체인 국토해양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이날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유기농민들은 지역 주민들이 걸어놓은 플래카드 철거를 요청했다. 이주 거부 농민 중 한 명인 최요왕 씨(45)는 “비닐하우스 철거와 관련이 없는 사업은 이제 가로막지 않겠다”며 시위 자제를 당부했다. 또 이들은 두물머리 내에 유기농 대체경작지를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임광수 국토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 하천국장은 “4대강 사업을 시작하면서 하천 주변에 농사를 지을 수 없도록 하천법을 개정했다”며 “이곳 29개 동만 예외로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4대강 사업 이후 하천 주위에 설치된 전국 3만3162개 동의 비닐하우스는 환경오염을 우려해 이곳을 제외하면 모두 철거된 상태다.

한편 정부는 19일 집행영장을 발부하고, 다음 달 6일 비닐하우스 29개 동을 강제 철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양평=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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