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영남대, 기부천사 할머니의 고귀한 뜻 영원히…

  • 동아일보

영남대 교정에 故손영자 여사 흉상 설치
노점상 하며 모은 돈 6억원 장학금 기탁

영남대 중앙도서관 앞뜰에 설치된 손영자 할머니 추모 흉상.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영남대 중앙도서관 앞뜰에 설치된 손영자 할머니 추모 흉상.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이분이 누구지?”

5일 영남대 중앙도서관을 드나들던 학생들은 도서관 앞뜰에 있는 작은 흉상을 보면서 궁금해했다. 6일 오후 2시 열리는 ‘고 손영자 여사 추모 흉상 제막식’을 위해 대학 측이 미리 설치해둔 것이다.

학생들은 흉상 받침대에 새겨진 추모글을 읽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고 손영자 여사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 갖은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평생 근면하게 생활해왔다.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병원 치료비조차 아껴가며 모은 재산을 우리 대학교에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한 여학생은 “돈에 얽힌 온갖 비리로 하루가 멀다 하고 수사를 받는 정치인이 많아서 그런지 할머니의 힘겨웠을 삶이 더욱 고귀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거의 평생 노점상을 하다 지난해 7월 7일 숨진 손 씨(당시 66세)의 유언은 “전 재산을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한 장학금과 사회복지시설을 위해 써 달라”는 것이었다. 혼자 살면서 모은 재산은 은행에 저축해둔 11억7000만 원. 이 가운데 6억4000만 원은 영남대에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나머지는 복지시설 두 곳에 기부했다. 그는 병이 매우 악화된 뒤에야 영남대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지만 건강을 되찾지 못했다. 집을 마련할 수 있었는데도 복지시설에 살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손 씨는 뒤늦게 치료를 하면서도 입원을 하지 않고 택시도 타지 않았다. 동전 한 푼 함부로 쓰지 않는 생활이 몸에 배어 어쩔 수 없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그는 숨지기 전까지 “영남대 장학금을 7억 원으로 딱 맞춰주면 좋겠는데…”라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영남대가 교정에 흉상까지 세우면서 손 씨의 삶을 기리는 이유는 이 같은 사연에서다. 장학생을 선발해 기금의 이자에서 장학금을 주는 데 그치기에는 그의 삶이 너무 숭고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유족인 사촌들은 “잊지 않고 이렇게 아담한 흉상까지 만들어주니 오히려 고맙다”며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일을 많이 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손영자 장학기금’을 만든 영남대는 내년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10여 명을 뽑아 장학금을 줄 예정이다. 이효수 총장은 “생각할수록 고맙고 가슴 뭉클하지만 ‘왜 좀 더 빨리 치료하면서 건강을 돌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며 “학생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살아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영남대#손영자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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