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으로 박정희 정권 고립-동요시키려 했다”

美서 루마니아 외교문서 공개

북한은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체결을 통해 박정희 정권의 고립과 체제 동요를 기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북한국제문서연구사업(NKIDP)팀이 북한대학원대와 함께 3일 공개한 루마니아 비밀자료에서 밝혀졌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각국의 루마니아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한 비밀전문 등 모두 25건이다.

루마니아 정부의 비밀자료에 따르면 1973년 3월 8일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루마니아 국가평의회 의장을 예방한 김동규 북한 노동당 비서는 1971년부터 시작된 ‘대남 평화공세’의 성과에 상당히 고무돼 있었다.

김 비서는 “평화공세로 북조선이 호전적 국가라는 혐의를 벗겨 미군의 한반도 주둔 필요성에 의구심을 불러왔다”며 “나아가 박정희 정권을 안팎으로 고립시켜 계엄령, 국회 해산, 휴교령 등을 단행하게 만드는 공황상태로 빠뜨렸다”고 자랑했다.

1973년 4월 2일 레바논 주재 루마니아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한 전문에 따르면 김동철 레바논 주재 북한대사는 “남한은 미-중 해빙 분위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을까봐 우리의 대화공세를 거절할 수 없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해 여름부터 ‘유엔 동시 가입안’ ‘고려연방제 통일안’ 등으로 남한과 기 싸움을 벌이던 북한은 8월 28일 김대중 납치사건을 계기로 남북대화의 공식 중단을 선언하고 미국과 직접 관계 정상화로 방향을 전환했다. 북한은 이때부터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거론하기 시작했으나 미국의 무반응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