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이 22조 예산 심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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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선정 주민예산위원 150명에 포함… 일각 “지나친 전시행정”

연간 22조 원에 이르는 서울시 예산에 의견을 제시하는 주민참여예산위원으로 초등학생을 비롯한 150명이 선정됐다. 위원들은 전체 예산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2013년도 시 예산안에 포함되는 500억 원 규모의 주민사업 우선순위를 정한다.

서울시는 1664명이 응모해 11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주민참여예산위원 공개추첨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자치구당 6명, 남성과 여성을 75명씩 뽑아 지역 및 성별 균형을 맞췄다. 연령별로는 40대가 39명(26%)으로 가장 많고 50대(37명·24.7%), 30대(34명·22.7%)가 뒤를 이었다. 10대 2명(1.3%)이고 70대도 3명(2%) 선정됐다. 시 관계자는 “주민참여예산조례 제정에 참여한 시민단체 대표들이 추첨자로 참석하고 인터넷으로 추첨 과정을 공개해 투명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최연소 위원은 서울 구로구 영서초등학교 6학년생 서지민 양(12)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와는 달리 초등학생도 참여할 수 있는 서울시 조례 덕에 신청할 수 있었다. 서 양은 “인터넷에서 모집공고를 보고 힘든 사람이나 어린이와 관련된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싶어 어머니와 함께 신청했다”며 “어린이들이 원하는 사업을 예산에 반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이 위원으로 참여한 데 대해 “지나친 전시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의원은 “다양한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너무 과하다”며 “초등학교 6학년이 경제와 의회제도를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26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예산학교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 재정 및 예산현황, 실습교육을 받는다. 다음 달 10일경 시, 시의회, 자치구와 비영리 시민단체 등이 추천한 100명과 함께 정식 위촉된다. 이들은 8개 분과위원회로 나뉘어 예산안이 제출되는 11월까지 활동하며 500억 원에 이르는 내년 주민사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무보수 명예직이다. 위원회 참석수당은 지급되지 않고 하루 8000원의 자원봉사수당을 받는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서울시#예산 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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