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올바른 독서습관 초등학교 때 체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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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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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은 다독, 고학년은 정독… 책 1000권 읽기\
초등 교육현장에 다시 부는 독서교육 열풍

경기 의왕부곡초 독서 연계 국어수업 장면. 최근 초등 교육현장에 독서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경기 의왕부곡초 독서 연계 국어수업 장면. 최근 초등 교육현장에 독서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7일 오전 10시 40분 경기 의왕부곡초 도서관에서 이 학교 3학년 1반의 국어수업이 열렸다. 이 학교 모든 학년과 학급에서는 매주 1회 도서관에서 독서교육과 연계된 국어수업이 진행된다. 이날 수업의 주제는 ‘이야기 속 숨겨진 교훈 찾아내기’. 글을 읽고 핵심내용을 찾아내는 일종의 독서훈련이다. 김분정 담임교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읽고 난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이 이야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김 교사)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거위 주인이 더 많은 황금을 갖기 위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랐지만, 거위가 죽어버린 탓에 하루 한 개씩 얻을 수 있던 황금알마저 잃었기 때문입니다.”(학생)》
본격적으로 독서연계수업이 진행됐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마음에 드는 책을 읽은 뒤 이야기 속 교훈을 찾아보자”고 말했다. 아이들은 도서관 뒤편 서고에서 과학서적, 동화책 등 등 저마다 관심 있는 책을 선택해 20여 분 동안 읽었다. 이후 자신이 읽은 책의 △제목 △도서번호 △교훈 등을 포스트잇에 적은 뒤 도서관 앞 ‘교훈나무’에 붙였다.

김 교사는 “수업에서 읽은 책은 개인 독서포트폴리오인 ‘독서통장’에 기록하기도 한다”면서 “독서연계수업에서는 책읽기를 중심으로 한 흥미로운 방식으로 수업해 학생들의 집중력과 관심도가 유독 높다”고 전했다.

최근 초등 교육현장에 독서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적잖은 초등학교가 ‘책 1000권 이상 읽기’를 목표로 다양한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한다.

독서교육이 다시금 주목받게 된 이유에 대해 초등 교사들은 “상급학교 진학에 독서이력이 중요한 평가요소로 떠오르고 대학입시에서 논술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초등 시기부터 독서교육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독서가 교육현장의 이슈로 떠오른 ‘융합교육’과 ‘인성교육’을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 책 1000권, 독서습관을 체득하다

초등학교에서 ‘책 1000권 이상’을 목표로 두는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해부터 ‘독서 1000+(플러스) 운동’을 진행한 서울 노량진초(교장 문덕심)의 이승희 연구부장교사는 “초등 저학년 때는 독서습관을 체득하기 위해 ‘다독(多讀)’에 중점을 둔 독서교육이 필요하다”면서 “책 1000권은 만화책, 동화책, 전문서적 등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을 읽고 ‘올바른 독서습관 체득’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자는 상징적 의미”라고 설명했다.

초등 저학년 때 책 읽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는 독서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 필수. 이를 위해 대다수 초등학교는 교내 도서관을 리모델링해 쾌적한 독서환경을 마련하고 흥미를 자아내는 다양한 독서이벤트를 진행한다.

‘책 1000권 읽기 운동’을 펼치는 대전샘머리초는 매달 1회씩 ‘스토리가 있는 독서 프로그램’을 연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자연스레 도서관을 찾고 책을 접하게끔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도서관 음악회’를 열기도 하며 ‘도서관에서 여름나기’ 이벤트를 마련해 도서관을 찾은 학생들에게 수박 등 간식거리를 주기도 한다.

이 학교 조성규 교장은 “이번 달에는 ‘책 속에서 보물찾기’라는 주제로 위인전을 읽고 탐구보고서를 작성한 학생들에게 ‘칭찬상장’을 전달했다”면서 “이 같은 독서 이벤트를 통해 학생들에게 독서에 대한 흥미를 길러주는 동시에 교육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책 3000권, 독서 포트폴리오가 되다

초등 고학년 때는 정독(精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 상급학교 진학에 활용하기 위한 독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독후활동’도 중요하다.

앞서 언급된 경기 의왕부곡초가 지난해부터 ‘용수샘 독서프로젝트’라는 책 3000권 읽기 운동을 진행하면서 매 학년 초 학생들에게 개인 독서포트폴리오인 ‘독서통장’을 나눠주는 것도 이런 맥락.

학생들은 독서통장에 자신이 읽은 책의 △제목 △내용(줄거리) △저자 △느낀 점 등을 기록한다. 담임교사는 정기적으로 학생들의 독서통장 목록을 확인하고 정해진 기준보다 책을 많이 읽은 학생들에게 상장을 준다.

특히 책 3000권 이상을 읽은 학생에게는 ‘독서명인’ 자격을 부여한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지 2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이 학교 2학년 반가희 양(8)이 독서명인 자리에 올랐다.

이 밖에도 이 학교 학생들은 운동회나 축제 기간에 독후활동 기록물을 만들고 이를 전시한다. ‘내가 만약 주인공이라면?’이라는 주제로 만든 독후감상문, 책 내용을 중심으로 그린 독후수채화 등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독후기록물을 만든다.

이 학교 조상연 교장은 “졸업 때 학생들은 6년 동안의 독서통장을 모아 자신의 독서이력서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내년부터는 독서 동아리를 만들고 학급별 독서 체험활동을 진행하는 등 독서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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