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車 택시 서울에 22대 모범-대형택시로 영업
“승차감 반한 단골도 있지만 요금 비쌀까봐 피하는 분도”
서울시에 단 한 대밖에 없는 포드의 링컨MKS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최윤하 씨가 24일 자신의 택시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택시는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 중 하나다. 이 때문에 택시로 이용되는 차종도 정해져 있고 외양도 엇비슷하다. 그러나 서울에서 택시답지 않은 택시를 타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바로 서울 택시 7만7000여 대 가운데 단 22대인 수입차 택시다. 포드 ‘토러스’가 16대로 가장 많고, ‘링컨MKS’와 포드 ‘파이브 헌드레드’가 1대씩이다. 이 가운데 22년 경력의 모범택시 운전사 최윤하 씨(60)가 운행하는 ‘링컨 MKS 택시’에 동승해 봤다.
24일 오후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서울국제금융센터 앞. 키가 170cm인 기자의 가슴에 닿을 만큼 천장이 높고 무게가 느껴지는 검은 링컨 택시가 눈에 들어온다.
○ 영업 도움 안 돼도 자부심은 남달라
기자가 택시에 탄 뒤 2시간이 지난 밤 12시. 기다리던 첫 손님이 탔다. 서울국제금융센터에서 퇴근해 양천구 신정동 집으로 가는 김모 씨(29). 김 씨는 링컨 택시의 단골손님이다. 그는 “처음 탔을 때는 보통 모범택시로 알고 탔는데 승차감이 남달랐다”며 “뒷좌석이 높아 편안하다. 피곤한 퇴근길에 택시비 1만 원으로 사치를 누리는 것 같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뒷자리의 김 씨가 서류봉투를 만지는 소리가 났을 뿐인데도 최 씨는 바로 실내등을 켜 준다. 모든 서비스를 손님의 눈높이에서 제공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덕분에 링컨 택시를 탄 손님들은 만족감이 크다. 승객들은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도 되느냐” “차도 편안하고 기사님도 친절하다”며 한마디씩 건넸다. 신호를 기다릴 때 앞차나 뒤차에서 운전자가 내려 최 씨의 택시를 구경하는 일은 다반사다.
그러나 수입차 운행이 실제 영업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기가 나빠져 모범택시를 이용하는 손님이 준 데다 수입차라고 하면 택시비가 비쌀까 봐 아예 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기자가 택시에 탄 동안에도 “택시” 하며 손을 들었다가 막상 차가 가까이 가면 손을 내리고 다른 곳을 보는 손님이 여럿이었다.
○ 서비스 정신으로 운행
다음 날 오전 2시 기자는 차에서 내렸다. 그동안 손님은 한 명밖에 태우지 못했다. 위로하고 싶었지만 그의 말을 듣고 기분 좋게 돌아섰다.
“당장 손님이 없더라도 조급해하지 않아요. 택시 운전을 오래한 만큼 이제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모범을 보이고 싶어요. 그게 내 자부심도 살리고 시민도 기분 좋게 만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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