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바늘 사서 보내오… 집에 못다녀가 울고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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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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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나씨 묘역서 500년 된 현존 最古 한글편지 발굴

옆줄 친 부분에 “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낸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하면서) 울고 간다”고 쓰여 있다. 국가기록원 제공
옆줄 친 부분에 “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낸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하면서) 울고 간다”고 쓰여 있다. 국가기록원 제공
500년 전 조선시대 군관도 아내와 가족이 있는 집이 항상 그리웠나 보다. 이런 내용이 담긴 편지글 2편이 20일 공개됐다. 지금까지 발견된 한글편지 중 가장 앞선 시기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록원은 지난해 5월 대전 유성구 안정(安定) 나씨 묘에서 발굴된 미라와 함께 들어 있던 편지글 2편을 복원, 해석해 그 내용을 이날 공개했다. 편지는 나신걸(羅臣傑·15세기 중반∼16세기 전반 추정)이라는 군관이 함경도로 부임해 가면서 부인 맹씨에게 쓴 것. 기록원은 부인 맹씨의 머리맡에서 편지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맹씨가 숨지자 가족들이 편지를 함께 묻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편지에는 농사에 대한 당부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나 씨는 “분(화장품)하고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낸다. 집에 못 다녀가니 이런 민망한(답답한) 일이 어디에 있을꼬 (하면서) 울고 간다”며 “어머니와 아기를 모시고 다 잘 계시소. 내년 가을에 나오고자 한다”고 썼다. 당시 분과 바늘은 귀한 물품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신분이나 경제력, 금실을 추정할 수 있다.

송귀근 국가기록원장은 “조선시대 부부의 정과 생활상을 생생히 담은 기록물로 조선시대 한글편지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역사#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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