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원대 백진희 전 음대교수(왼쪽)가 8일 김원배 총장을 방문해 자신이 근속기념 등으로 받았던 금붙이를 다시 기증했다. 목원대 제공
선교사인 백진희 전 목원대 음악대학 교수(70·미국 이름 로즐리 보커)는 요즘 고향인 미국 인디애나 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꾸리고 있다. 선교사로 1966년 한국에 온 지 46년 만이다.
그는 교수로 생활했지만 한국에 올 당시의 선교사 신분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 때문에 미국 연합감리교 세계선교국으로부터 그럭저럭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월급만 받아 그다지 꾸릴 짐도 통장의 잔액도 없다. 그의 오랜 지인인 목원대 행정학과 장수찬 교수는 “한국산 경차를 한 번도 바꾸지 않고 28년이나 운행할 정도로 근검절약이 투철한 청빈한 삶을 사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출한 짐 속에서도 목원대를 위해 내놓을 의미 있는 물건들을 발견했다. 10년 주기로 대학에서 근속기념으로 받았거나 지인에게서 생일 선물 등으로 받은 금붙이 500여만 원어치다. 한국에 와서 초창기 같이 생활했던 목원대 설립자 찰스 스톡스 목사의 찬송가와 성경책, 편지모음집 등도 찾아냈다. 백 전 교수는 이를 챙겨 신학관 복원기금과 학교 역사 자료로 써달라며 김원배 총장에게 8일 전달했다.
백 전 교수는 “소중한 인연을 쌓아온 목원대에 기억에 남을 만한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어 기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초창기 목원대 설립 당시 선교사와 교수로 활동하며 학교와 지역을 위해 많은 공헌을 하신 분의 고귀한 뜻이 헛되지 않도록 귀하게 쓰겠다”며 감사패를 전달했다.
백 전 교수는 확고한 직업윤리와 신념을 바탕으로 목원대 교수와 선교사로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미국 테일러 음대에서 파이프오르간을 전공한 백 전 교수는 신학대학으로 출발한 목원대에 와서 남기철 학장 등과 함께 음대의 초창기 기틀을 확고히 다잡았다. 1967년부터 2010년까지 계속된 그의 남다른 노력으로 목원대 음대는 전통과 명성을 드높일 수 있었다.
그는 1970년대 말부터 올해 초까지 대전국제학교 이사장직도 맡아왔다. 2010년 8월 목원대 음대 교수를 그만둔 뒤 한국에 남았던 것은 대전국제학교의 캠퍼스 이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백 전 교수는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청춘을 보낸 목원대와 대전지역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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