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MBA 중 100위권 속속 진입하며 수준 인정받아
급성장의 비결은 외국인 교수·학생 유치 노력과 질높은 교육 제공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경영전문대학원(MBA)에 다니려면 당연히 미국이나 유럽에 가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7년 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이 MBA를 열고, 이어 KAIST와 건국대 등이 속속 MBA를 설립하면서 이런 기류가 많이 바뀌었다. 현재 국내 대학과 기관 14곳이 운영하는 MBA들은 외국인 교수와 학생 비율이 높아 명실상부한 글로벌 MBA로 거듭나고 있다. 외국 명문 MBA와 교육 프로그램을 공유하거나 복수 학위를 채택해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는 대학도 늘어나고 있다.
○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국내 MBA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세계 7000여 MBA를 평가한 결과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이 세계 66위에 올랐다. 2011년 KAIST MBA가 99위에 오른 이후 국내 MBA가 100위권에 진입한 두 번째 사례다. 아시아 지역의 MBA가 설립 7년 만에 이처럼 높은 순위를 거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영국 이코노미스트 평가에서는 연세대 MBA가 풀타임 MBA 가운데 세계 76위, 아시아권 4위를 기록했다. 최고경영자와 임원급을 대상으로 하는 EMBA의 경우 지난해 FT 평가에서 고려대가 23위의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지리적, 시간적 약점을 딛고 국내 MBA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 MBA들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강도 높은 국제화’다. MBA마다 외국인 교수 및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전담 부서를 둘 정도로 공을 들이고, 영어 강의 비율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별 외국인 교수 유치 현황은 성균관대가 23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려대 15명, 연세대 9명, 건국대와 한양대가 각 4명을 유치했다. 국내 대학들이 만든 총 43개의 MBA 과정 가운데 81%인 35개 과정에 영어강의가 개설돼 있고, 그중 13개 과정은 전적으로 영어 강의로만 채워져 있다.
국제적인 인증을 받아 인지도를 높이는 MBA들도 있다. 교수진, 학생, 시설, 연구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경영대를 평가하는 미국의 AACSB로부터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세종대 한양대 등이 잇달아 인증을 받았다. 고려대와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KAIST는 유럽경영발전재단이 교수, 학생, 프로그램, 연구 등을 평가하는 EQUIS 인증까지 획득했다.
○ 해외 명문 MBA와 손잡다
국내 MBA들은 수준 높은 교육 과정을 도입하고, 졸업생들의 진출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해외 명문 MBA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과정별로 선두를 지키고 있는 해외 MBA를 찾아 복수학위를 운영하는 곳이 많다. 고려대는 오하이오주립대 푸단대 싱가포르국립대, 연세대는 워싱턴대, 성균관대는 MIT슬로언 켈리스쿨 등과 복수학위를 운영하고 있다. aSSIST는 재학생의 90%가 해외 MBA의 복수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해외 MBA의 교수진과 프로그램을 국내로 들여오는 곳도 있다. 세종대의 경우 미국 AICPA(미국공인회계사)와 공동 개발한 커리큘럼을 통해 미국 CPA(공인회계사) 및 CFA(재무분석사) 시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시러큐스대 교수를 초빙해 세종시러큐스MBA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차별화된 MBA를 추구하며 기업, 산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MBA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양대는 보건의료분야 전문가를 영입해 ‘의료경영’ MBA를 육성하고 있다. KAIST는 미디어와 정보통신(IT)을 접목한 정보미디어 MBA 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건국대는 기술경영을 중시하는 MOT MBA 과정에 현직 기업인 등 산업체 전문가가 직접 참여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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