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자살 막아라” 경찰 30명 동원됐는데… 가짜 유서 20대 “만우절 뻥인데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대형 서점에서 근무하는 김모 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9시 반 개점을 준비하던 중 눈높이 정도의 책꽂이에 검은색 봉투가 꽂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비스듬히 꽂힌 봉투에는 ‘망각이라는 이름의 축복’이라는 글이 흰색으로 적혀 있었다.

봉투를 열자 편지가 나왔다. 검은 종이에 흰 글씨로 쓰인 편지에는 ‘인생으로부터 마지막 탈출을 시도하겠다. 사망 후 모든 신체조직을 기증해 달라’고 적혀 있었다. 누가 봐도 유서인 이 편지의 마지막에 동료 유모 씨(23)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김 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유 씨의 주소지에 경찰이 찾아갔지만 그곳에 살지 않아 경기 여주군의 가족에게 연락했다. 유 씨 부모는 친구에게 수소문해 그가 사는 고시텔을 알아냈고 신고한 지 7시간 만에 경찰이 도착했다. 서울·경기지역 3개 경찰서의 경찰관 30여 명이 긴급 동원돼 찾아낸 유 씨는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이렇게 말했다.

“에이, 만우절이라 장난 좀 한 걸 갖고 왜 이러세요.”

경찰 관계자는 “본인이 허위 신고한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해 유 씨에게는 주의를 주는 것으로 끝냈다”며 “만우절 장난이라도 사회적으로 피해를 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