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카지노 회사 직원들이 2009년부터 카메라를 설치해 조직적으로 승률을 조작해온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강원랜드 카지노의 바카라게임 카드 박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승률을 높인 사건을 수사 중인 강원 정선경찰서는 29일 외부 조직과 연결 고리 역할을 한 카지노 직원 황모 씨(42)를 29일 사기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했다. 황 씨는 경찰 조사에서 “2009년부터 수익금의 10%를 받기로 하고 후배 직원인 김모 씨(34)를 시켜 초소형 무선카메라가 설치된 카드박스를 수십 차례 바카라게임 카드박스에 설치했다”며 “그동안 이 대가로 3000만 원을 받아 김 씨와 나눠 가졌다”고 진술했다. 황 씨는 어떤 방식으로 승률을 높였는지, 누가 자신에게 일을 부탁했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긴급체포된 김 씨는 자신이 받은 돈만 4000만 원 정도라고 밝혔다. 황 씨는 하수인 격이었던 김 씨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황 씨 진술대로 수익금의 10%를 받았을 경우 사기도박 조직은 10억 원 이상을 챙겼을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범행이 4년째 계속된 만큼 도박단이 따간 돈은 수십억 원에 이를 수도 있다.
경찰은 바카라게임이 여러 명이 동시에 베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박단의 규모가 클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강원랜드의 두 직원 사무실과 집에서 컴퓨터 본체와 자동차 등을 압수했으며 28일 카메라가 설치된 카드박스 2개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또 황 씨가 카메라 발견 이후 휴대전화의 통화 및 문자 기록을 삭제한 사실을 확인하고 관계기관에 복원을 의뢰했다.
경찰은 사기도박 일당이 카드 패를 미리 확인한 뒤 승률이 높은 쪽으로 베팅해 돈을 딴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방법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바카라는 뱅커와 플레이어가 각각 2장 또는 3장의 카드를 받아 10단위를 제외한 끗수가 높은 쪽이 이기는 게임. 강원랜드 측은 카메라를 이용해도 맨 앞의 카드 1장만 볼 수 있는 데다 카드를 돌리기 전 미리 베팅을 하는 바카라게임 특성상 승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카지노 전문가들은 카드 1장만 볼 수 있어도 승률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딜러 출신의 강원관광대 구효진 교수(카지노관광계열)는 “첫 카드가 8이나 9일 경우 확률적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카드에서 숫자 10과 J, Q, K 모두 0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9나 8을 미리 봤을 경우 다른 카드에 비해 많은 ‘0’ 카드가 온다고 보고 베팅을 해 그대로 되면 끗수가 9나 8이 돼 승리 확률이 높아진다. 강원랜드는 카메라가 설치됐을 경우 카드 패를 몇 장이나 볼 수 있는지와 1, 2장의 패만 알아도 승률에 영향을 주는지를 알기 위한 모의실험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강원랜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에 적극 협력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 전문가를 투입해 일제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최흥집 대표는 “재발 방지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상무급 집행임원의 일괄 사직서를 요구했다”며 “일제점검에 필요하다면 1, 2일 카지노의 임시 휴장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카지노 휴장 검토는 2000년 10월 28일 개장 이후 처음이다.
이번 사건은 26일 오후 1시 40분경 카지노 고객이 바카라게임대 카드박스에서 불빛이 보인다며 이의를 제기해 확인한 결과 초소형 무선카메라가 설치된 것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또 강원랜드가 자체 조사를 벌여 다른 바카라게임대 카드박스 1곳에서도 카메라를 찾아냈다. :: 바카라(Baccarat) ::
플레이어(player)와 뱅커(banker)로 구분해 2, 3장 나눠 돌린 카드를 더한 수의 끝자리가 9에 가까운 쪽이 이기는 게임. 10, J, Q, K는 모두 ‘0’으로 계산한다. 플레이어에게 걸어 이기면 2배를 주고, 뱅커에 걸어 이기면 카지노 측이 5%를 뗀 뒤 1.95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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