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횡성 ‘자장면 천사’를 아시나요

  • 동아일보

중국음식점 운영 박애자 씨 10년째 ‘자장면 사랑 나눔’
9개 읍면 노인 3000명에 점심… “아버지 유언 따랐죠”

즐거운 ‘자장면 데이’ 박애자 씨가 10년째 지역 노인들을 위해 펼치고 있는 자장면 사랑 나눔 행사가 12일 횡성군 우천면 우민관에서 열렸다. 횡성군 제공
즐거운 ‘자장면 데이’ 박애자 씨가 10년째 지역 노인들을 위해 펼치고 있는 자장면 사랑 나눔 행사가 12일 횡성군 우천면 우민관에서 열렸다. 횡성군 제공
12일 강원 횡성군 우천면 복지회관인 우민관에 노인 400여 명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왔다. 노인들은 점심 메뉴로 준비된 자장면과 떡 과일 음료수 등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의 자장면 사랑 나눔 행사는 횡성읍에서 중국음식점 이화루를 운영하고 있는 박애자 씨(50·여·사진)가 준비하고 새마을부녀회 등 자원봉사자들이 도우미 역할을 맡았다. 올해 행사는 지난달 19일 서원면 복지회관에서 처음 시작한 뒤 이날 우천면에 이어 22일까지 횡성군 9개 읍면에서 차례로 펼쳐진다. 식사 대상 노인은 약 3000명.

이 사랑 나눔 행사는 박 씨가 200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초기에는 박 씨와 음식점 직원만으로 시작했지만 소문이 나면서 지역 봉사단체들이 서빙을 도와주고 있다. 박 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아버지의 유언 때문이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자란 박 씨의 아버지는 2003년 세상을 떠나면서 박 씨에게 ‘어른을 공경하라’는 유언을 남겼고 박 씨는 이를 곧바로 실천에 옮긴 것.

박 씨는 매년 이 행사를 위해 2000만∼3000만 원의 자비를 털고 있다. 행사 기간에 음식점 문을 닫는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 불경기로 음식점 영업은 부진하지만 음식 재료값이 올라 부담은 커졌다. 지난해부터 구제역 여파로 고기 값이 폭등해 상에 올리던 편육을 빼야 하는 아쉬움을 겪기도 했다. 그래도 박 씨는 힘닿는 데까지 이 일을 계속할 계획이다.

박 씨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2, 3년 정도만 할 계획이었는데 매년 이맘때면 행사를 기다리는 노인들을 생각해 준비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자장면을 드시는 밝은 얼굴의 노인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읍면별 자원봉사 단체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혼자 해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묵묵히 도와준 자원봉사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박 씨는 이 같은 선행으로 2007년 한국음식업중앙회 표창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횡성군민대상, 강원도 선행도민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지역 내에서 ‘자장면 천사’, ‘영원한 자장면 아줌마’로 불린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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