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군 옥천면 옥천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2일 입학식을 마친 신입생들이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2년 전 이 학교 신입생은 8명에 불과했지만 방과후 교육 강화 등 다양한 노력이 더해지면서 올해는 33명이 입학했다. 해남=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신입생 여러분 사랑합니다. 학부모님 탁월한 선택을 환영합니다.’
2일 오전 전남 해남군 옥천면 옥천초등학교 체육관. 입구에 빨간 풍선과 함께 내걸린 플래카드가 새내기들을 반겼다. 해남읍내에서 8km 정도 떨어진 시골 학교지만 입학식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신입생을 찾아보기 힘든 여느 시골학교와 달리 옥천초교에는 이날 33명이 입학했다. 워낙 ‘귀하신 몸’인지라 교사들은 정성껏 입학식을 준비했다. 학부모에게 떡과 케이크를 내놓고 아이들에게는 ‘산뜻하게 새 출발을 하라’는 뜻에서 허브 꽃을 선물했다.
○ 신입생 2년 사이 4배로 껑충
1922년 문을 연 옥천초교는 학생 수가 많았을 때는 1400여 명이나 됐다. 하지만 급속한 이농현상으로 수가 줄어 지금은 전교생이 144명이다. 1990년부터 면에 있는 4개 학교와 분교가 이 학교로 통폐합됐지만 신입생은 계속 줄어 2년 전에는 8명에 불과했다.
‘작은 기적’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신입생이 4배로 늘어 32명이 입학했다. 올해는 33명이 새로 입학했다. 전국 120여 개 농어촌 초등학교가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치르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것이다. ○ 공교육의 새 희망
올해 입학생 33명 가운데 22명은 교육 환경이 나은 인근 읍에서 왔다. 해남읍은 인구가 2만5200명으로 3634명인 옥천면보다 6배가량 많다. 해남읍에 사는 박남희 씨(35·여)는 지난해 읍내 초등학교에 다니던 3학년, 1학년 자녀를 이 학교로 전학시키고 올 신입생인 아들도 보냈다. 박 씨는 “부모가 원하는 것을 학교가 다 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방과후 학습에 참여해 뒤떨어진 과목을 보충하거나 다양한 취미생활을 한다. 원어민 강사에게 영어를 배우고 농촌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골프 발레 수영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을 즐긴다. 신입생 학부모인 해남읍의 장유정 씨(41·여)는 “지난해 학교를 한 차례 방문했는데 담임과 원어민 교사, 회화 강사가 한 반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태블릿PC로 수업을 하는 것을 보고 ‘여기가 시골학교가 맞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 영어실력만큼은 우리가 최고
옥천초교의 영어 교육은 최고 수준이다. 전교생이 주 3시간 이상 영어수업을 받는데 웬만한 회화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2010년에 이어 지난해 해남교육지원청이 주관한 영어역할극대회에서 5, 6학년 학생들이 연거푸 금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2년 전 공모제 교장으로 부임한 최외순 교장(60·여)의 영어에 대한 열정이 아이들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밑거름이 됐다. 부임 이후 캐나다 출신 원어민 영어 강사를 채용하고 전교생이 매달 참여하는 영어 동화 노래 발표대회도 열었다.
특히 3년 전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전원학교로 지정하면서 예산까지 배정받은 게 큰 힘이 됐다. 최 교장은 “시골 아이라 영어를 못한다고 무시당하지 않도록 영어 하나만큼은 똑 소리 나게 가르치고 싶었다”며 “아이들이 외국인과도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것을 보면 작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옥천초교는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인근 학교에서 전학을 오겠다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15명이 전학을 왔고 현재 대기자만 8명에 이른다. 전재환 교감(56)은 “솔직히 인근 학교 눈치가 보일 정도”라며 “모든 것을 학교 안에서 해결하는 농촌 맞춤형 교육이 결실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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