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등록’ 선관위 조사받던 前동장 투신

  • Array
  • 입력 2012년 2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 광주 민주당 경선 선거인단 불법모집 관련 조사중 숨져

민주통합당 경선 선거인단 대리등록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받던 전직 동장 조모 씨가 26일 추락해 숨진 광주 동구 계림1동주민자치센터 모습. 조 씨는 선관위 조사원이 불법 선거운동 제보를 받고 자신이 관장으로 있는 이 건물 4층 꿈나무도서관 현장을 덮치자 6층
옥상 창문(사진 가장 위 불 켜진 곳)에서 투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민주통합당 경선 선거인단 대리등록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받던 전직 동장 조모 씨가 26일 추락해 숨진 광주 동구 계림1동주민자치센터 모습. 조 씨는 선관위 조사원이 불법 선거운동 제보를 받고 자신이 관장으로 있는 이 건물 4층 꿈나무도서관 현장을 덮치자 6층 옥상 창문(사진 가장 위 불 켜진 곳)에서 투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후보 국민경선 참여 선거인단 ‘대리등록’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의 현장조사를 받던 60대 전직 공무원이 투신해 숨졌다.

26일 오후 7시 10분경 광주 동구 계림1동 주민자치센터 현관입구 옆 자전거 보관대에 조모 씨(64·전 계림1동장)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광주 동구 선거관리위원회 감시요원 안모 씨(42)가 발견, 119에 신고했다. 조 씨는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숨졌다.

광주시선관위와 동구선관위는 이날 오후 5시 40분경 “계림1동 주민자치센터 4층 꿈나무도서관에서 선거인단 불법 모집이 이뤄지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선관위 직원 7명과 감시요원 4명 등 11명이 신고를 받고 출동해 도서관을 들이닥친 시간은 이날 오후 6시 20분경. 선관위 직원들은 현장 도착 직후 조 씨 등이 도서관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아 한동안 승강이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선관위 직원들로부터 10여 분간 조사를 받던 중 “잠시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며 밖으로 나갔고, 2∼3분 뒤 동구선관위 직원 최모 씨(45)가 감시요원 안 씨에게 “조 씨를 찾아 감시하라”고 말했다. 안 씨는 “주민자치센터 4, 3, 2, 1층 화장실을 순차적으로 확인하던 중 갑자기 밖에서 ‘퍽’ 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 보니 조 씨가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 씨가 6층 옥상 창문(가로 60cm, 세로 30cm)을 통해 스스로 몸을 던져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창문 밑에는 조 씨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번 사건은 경찰 수사와 별개로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숨진 조 씨가 퇴직공무원으로 현직은 아니지만 ‘월 80만 원의 보수를 받는 자원봉사자’ 신분인 데다, 대리등록 의혹을 받는 장소가 주민자치센터 4층 도서관이라는 점에서 다른 예비후보들이 ‘관권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신고는 전직 광주 동구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Y 예비후보 측에서 현직인 박주선 의원 측을 겨냥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숨진 조 씨가 박 예비후보를 위해 자발적으로 선거인단을 모집해 왔다”며 “상대 후보 측이 선관위에 선거인단 모집이 불법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신고하면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박 의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법적 근거도 없는 선관위의 강압조사로 모멸감을 못 견뎌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광주 전남 지역에서는 민주당 선거인단 모집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전남 장성에 이어 광주 북구 등지에서 경찰이 불법선거운동 수사에 착수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누가 얼마나 많은 선거인단을 모집해 투표장으로 향하게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현실 속에 선거인단 모집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고, 당초 ‘자발적 참여에 의한 국민경선’ 취지는 사라진 채 사실상 ‘돈과 세력에 의한 조직 불리기’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