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사태 1년… 이들의 시간은 멈춰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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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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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명 옛본점 3층서 364일째 농성-시위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저축은행이 지난해 11월 예금보험공사에서 100% 출자한 예솔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지만 5000만 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채권자 등 보상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여전히 정부와 금융당국 등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14일 예솔저축은행 3층에서 피해자들이 몸을 누인 채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저축은행이 지난해 11월 예금보험공사에서 100% 출자한 예솔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지만 5000만 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채권자 등 보상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여전히 정부와 금융당국 등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14일 예솔저축은행 3층에서 피해자들이 몸을 누인 채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부산저축은행 사태(지난해 2월 16일) 발생 1년을 하루 앞둔 15일 오후 1시 찾아간 부산 동구 초량동 옛 부산저축은행 본점 건물. 대형 간판은 예금보험공사가 100% 출자한 ‘예솔저축은행’으로 바뀌어 있었다. 예금 피해자들의 고함과 울분으로 가득했던 1년 전과 달리 은행 1층 영업점에서 고객 50여 명이 차분하게 볼일을 보고 있었다.

건물 3층으로 올라가보니 분위기는 딴판이었다. 저축은행 예금 피해자인 60, 70대 노인 60여 명이 외부의 접근을 막고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점거 농성은 지난해 5월 7일부터, 은행 앞 집회는 지난해 2월 16일부터 1년째 매일 이어지고 있다. 바닥에는 추위를 이기기 위한 스티로폼 깔판과 이불이 가득했다. 컵라면과 찬밥으로 점심을 때우는 노인도 많았다. 저녁에도 15명가량이 불침번을 서며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저축은행 특별법에서 저축은행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보유자에게 5000만 원 이상 금액 가운데 55%를 보전하도록 했지만 55%가 아닌 100%를 받아야 한다”며 “예금자 잘못이 아닌 정부의 관리 감독 부실과 은행 과실로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모 할머니(72)는 “강도한테 돈을 빼앗겼으면 이렇게 분하지 않겠다. 농성장에서 죽으면 죽었지, 40년 식모살이를 하면서 예금한 돈을 꼭 찾아낼 것”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김모 할머니(71)는 “지난해 서울에 올라가 국회에서 비를 맞으며 노숙 농성을 벌이던 장모 씨(68)가 급성 폐렴으로 숨지는 등 1년간 세상을 떠난 노인이 6명”이라고 전했다.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장(50·여)은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의 잘못이 확실한데도 저축은행 특별법을 포퓰리즘이라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이 법을 거부하는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낙선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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