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강릉시 구정리 골프장 반대 ‘주민 노숙투쟁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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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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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 “환경 등 재조사… 문제점 못찾아”
대책위 “주민 배제된 조사 인정못해”

골프장 사업 취소를 요구하는 강원 강릉시 구정면 구정리 주민들의 강원도청 내 노숙투쟁이 100일을 넘어섰다. 강원도는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어서 노숙투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골프장 사업 취소를 요구하는 강원 강릉시 구정면 구정리 주민들의 강원도청 내 노숙투쟁이 100일을 넘어섰다. 강원도는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어서 노숙투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골프장 허가 취소를 요구하는 강원 강릉시 구정면 구정리 주민들의 강원도청 노숙 시위가 11일 100일째를 맞았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4일부터 교대로 하루 10여 명씩 도청 안에 설치된 비닐천막에서 지내고 있다. 특히 9일부터는 하루 1명씩 릴레이 단식 농성에 들어가는 등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춘천의 평균 최저기온은 영하 10.7도. 세찬 바람이 부는 날이면 체감온도는 5도가량 더 떨어진다. 이런 날씨 속에서 50∼70대의 주민들이 비닐천막에 의지한 채 겨울을 나고 있다. 스티로폼 위에 전기장판을 깔았지만 찬 공기는 이불 밖으로 나온 얼굴을 사정없이 괴롭힌다. 힘겨운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사업 취소를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지만 강원도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돼 착공을 앞둔 사업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날 노숙 시위 100일을 맞아 ‘강원도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는 시민·환경단체 등과 함께 수도권 및 강원 전역에서 3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생명버스 행사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골프장 예정지인 춘천 혈동리, 홍천 구만리 두미리를 방문해 마을 주민과 대화한 뒤 도청으로 이동해 규탄 집회를 열었다.

대책위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해 4·27 보궐선거 당시 주민 동의 없는 골프장 건설 중단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지사 취임 250일이 되도록 실현되지 않았다”며 골프장 현장 조사를 위한 공사 중단 이행 등 6개 항의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특히 골프장 건설사업이 부실과 조작, 편법적인 환경조사로 이뤄진 만큼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철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는 주민 요구에 따라 지난달 30일부터 인허가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감사를 실시하고 있는 만큼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큰 문제점은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관계자는 “인허가에 앞서 환경 산림 토지 등 관련 분야에 걸쳐 충분한 조사가 진행됐다”며 “현재로서는 허가를 취소할 정도의 문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승진 강릉CC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문가가 배제된 채 직접 현장을 파악하지 않은 조사는 의미가 없다”며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최 지사는 노숙 시위 100일과 관련해 “도민 통합과 소통에 앞장서야 할 도지사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주민들이 골프장 조성에 따른 생존권 위협으로부터 한시바삐 벗어남으로써 이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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