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 점검]‘인천 소방관 처우개선안’ 결국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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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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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걸고 일하는데… 年3000만원 아끼나”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소방호스로 불을 끄고 있다. 시의회는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한 조례를 만들었지만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이를 실행할 수 없게 됐다. 동아일보DB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소방호스로 불을 끄고 있다. 시의회는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한 조례를 만들었지만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이를 실행할 수 없게 됐다. 동아일보DB
인천시의회가 최근 열악한 소방관의 처우 개선을 위한 조례를 최근 만들어 의결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무용지물이 돼 논란을 빚고 있다.

19일 시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해 9월 임시회를 열어 ‘인천시 소방공무원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조례는 올해부터 순직한 소방관의 고등학생 자녀에게 매년 200만 원, 대학생에게 매년 400만 원을 각각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또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다칠 경우 계급에 따라 입원기간 1일당 2만9480∼4만2230원을 위로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시의회가 조례를 만든 것은 화재 현장에서 부상하거나 순직한 소방관과 유족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현실적으로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순직 소방관의 유족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상금과 연금을 받지만 자녀 학습보조비 명목으로는 1년에 11만∼21만8000원만 지급된다. 부상한 소방관에게도 치료비는 지원되지만 입원기간에는 급여에 포함된 수당 등을 받을 수 없다. 한 달 입원할 경우 통상 급여의 40%가 줄기 때문에 치료를 다 받기 전에 퇴원하거나 아예 고통을 참고 병원에 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소방공무원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은 지방재정법(제17조)을 위반한 것이라며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것을 지시했다. 또 행안부는 소방직공무원에게만 한정해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며 공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의 요구 사유로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의회는 “순직한 소방공무원의 자녀가 사회인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학금과 위로금 지원은 필요하다”며 같은 해 10월 표결을 통해 조례를 재의결했다.

시의회가 조례를 재의결하자 행안부는 시에 ‘조례안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을 대법원에 낼 것을 지시했다. 결국 시가 지난해 12월 대법원에 제소해 조례안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시는 올해 장학금과 위로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됐다.

대신 시는 재단법인 인천장학회 장학금 재원으로 순직 소방관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시의회는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재원을 마련해 순직 소방관 유족을 돕겠다는 뜻을 행안부가 법적 규정과 형평성 등을 이유로 가로막는 것은 잘못된 행정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이 조례를 발의한 이성만 시의원은 “죽음과 부상을 무릅쓰고 재난 현장에 뛰어드는 소방관과 일반 공무원의 형평성을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연간 3000만 원 정도의 예산이면 소방관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유족에게도 큰 힘이 되는 사업을 막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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