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의 분노’… 국회, 방화복 등 장비확충 예산 전액 삭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소방관들 “총 없이 전쟁터 나가라는 말이냐”

화재 현장에 뛰어드는 소방대원에게 필수적인 공기호흡기와 방화복 등이 모자라 5년에 걸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던 정부 계획이 무산됐다. 국회가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소방관들은 분노와 허탈감에 빠져들고 있다.

▶본보 2011년 12월 16일자 A2면 방화복-호흡기가 모자라…

정부는 공기호흡기 방화복 헬멧 안전화 안전장갑 등 필수 5대 안전장비와 노후 소방차 교체에 67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5년 동안 매년 국비 402억 원과 지방비 938억 원을 편성할 방침을 세웠다.

5대 안전장비 지급률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71.2%에 머무는 데다 3교대로 근무하는 일부 소방서에서는 공기호흡기 1대를 3명이 돌려쓰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내구연한을 넘긴 노후 소방차는 전국 7556대 중 17.4%인 1314대에 이른다.

화재 진압 때 필수적인 방화복은 한 번 사용하면 반드시 정비해야 하기 때문에 3만5000여 명의 소방관에게 6만5000여 개가 필요하지만 실제 확보된 물량은 4만7800여 개에 불과하다. 대형 화재 발생시 아예 방화복이 없거나 정비되지 않은 것을 입고 불길에 뛰어드는 소방관이 속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헬멧이나 안전화 안전장갑도 비슷한 실정이다. 소방장비가 노후하면 현장 대응력이 떨어지고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는 게 소방당국의 분석이다. 2006년부터 5년 동안 소방공무원은 33명이 순직했고 공무 중 부상을 당한 사람도 1609명에 이른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비와 지방비를 편성했지만 국회 예산결산 특별위원회 계수조정 소위원회는 지난해 말 정부의 국비 편성을 전액 삭감했다. 단기간에 해결할 사안도 아니고 5년에 걸쳐 추진할 사업의 싹을 자른 셈이다. 국비가 편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각 광역지방자치단체도 지방비를 편성하지 않게 돼 소방관의 안전장비 확보와 노후 소방차 교체 계획은 장기 표류가 불가피해졌다.

이 때문에 소방관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한 화재진압 소방대원은 “공기호흡기 부족 문제는 총 한 자루를 군인 3명에게 나눠주는 것과 같은 셈”이라며 “국회가 국민을 지키는지 소방관이 지키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