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6500t 하역후… “기름탱크 청소중 꽝”… 선체 두동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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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름운반선 인천 앞바다 폭발… 선원 5명 구조

《 15일 오전 인천항에서 휘발유를 하역한 뒤 충남 대산항으로 되돌아가던 4191t급 유류운반선 두라 3호가 인천 옹진군 자월도 앞바다에서 폭발해 선원 5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사망·실종자 중 5명은 미얀마인이다. 선원 16명 가운데 한국인 5명은 구조됐다. 해양경찰청은 유류탱크에 남은 가스(유증기)를 빼는 과정에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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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에서 휘발유를 하역한 뒤 충남 대산항으로 돌아가던 유류운반선이 해상에서 폭발해 선원 5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선원 16명 중 5명은 구조됐다.

15일 오전 8시 5분경 인천 옹진군 자월도에서 북쪽으로 약 5.6km 떨어진 해상에서 부산 선적 4191t급 유류운반선인 두라3호(선체 길이 105m) 갑판 밑에 설치된 유류탱크가 청소 과정에서 폭발했다. 이 사고로 유류탱크에서 가스와 기름 등을 제거하던 3등기관사 이진수 씨(21) 등 5명이 숨졌다. 이 작업을 돕던 1등항해사 유준태 씨(52)와 갑판원 산툰린 씨(33) 등 6명은 실종됐다.

그러나 폭발 현장에서 떨어진 조타실과 기관실 등에 있던 선장 안상원 씨(57)와 기관장 최일권 씨(59)를 포함한 한국인 선원 5명은 사고 현장 부근에서 조업하던 어선에 의해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사고가 나자 인천해경은 해군과 함께 경비함과 고속정 등 30척과 헬기 2대를 사고 해역에 급파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였다. 또 폭발로 두 동강이 난 채 침수된 두라3호에 실려 있는 벙커C유와 경유 126t을 다른 선박으로 옮기는 한편 기름 유출을 막기 위해 오일펜스를 설치했다.

○ 20m 떨어진 조타실 유리창 박살


두라3호는 이날 오전 6시 반경 충남 대산항에서 선적한 휘발유 6500t을 싣고 와 인천항 SK부두에 모두 하역한 뒤 대산항으로 출항했다. 1시간여가 지나 자월도 부근을 지날 때 선장 안 씨의 지시로 이 씨 등 11명은 유류탱크 청소작업에 들어갔다가 사고가 났다.

생존자 5명은 인천해경 경비함에서 진행된 사고 조사 과정에서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유류탱크가 폭발하며 선체가 심하게 흔들렸다”고 진술했다. 사고 현장에서 20여 m 떨어진 조타실 유리창이 깨질 정도로 폭발력이 컸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고 당시 조타실에서 근무하거나 기관실과 침실 등에 있어 변을 당하지 않았다.

선장 안 씨는 “인천항을 출항한 뒤 유류탱크 청소작업을 시작한 지 20∼30분 만에 강하게 폭발해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재발한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며 “당시 사고 현장 주변에는 폭발을 일으킬 만한 시설이나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얼마나 끔찍했기에…


숨진 이 씨 등은 유류탱크에서 청소작업에 나섰거나 이를 돕기 위해 주변에 있다가 강한 폭발과 함께 불에 타거나 시설물에 끼여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5명의 시신은 모두 육안으로 신원 파악이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일부 시신은 다리만 남아 있어 폭발 당시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씨를 제외한 시신 4구는 정확한 신원을 밝히기 위해 지문 감식 및 유전자 검사를 벌이기로 했다.

유류탱크가 폭발한 선박의 갑판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구멍이 뻥 뚫린 상태였다. 갑판 아래 유류탱크를 구분하는 철 구조물은 심하게 구부러져 있었다. 또 유류탱크가 폭발하면서 두라3호는 두 동강이 난 채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해경은 사고해역의 수심이 20∼22m에 이르지만 선저(배 밑바닥)∼갑판의 높이가 약 8.8m에 불과해 현재 바지선을 동원해 선박의 침몰을 막고 있다.

○ 유증기 배출 안전사고인 듯


사고가 난 뒤 두라3호 선사인 두라해운㈜ 관계자는 “유류탱크 안에 남아 있는 가스(유증기)를 빼는 ‘가스 프리’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두라3호는 평소에 경유를 운반하다가 이번에는 휘발유를 실었는데 이것이 사고와 관계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소 운반하던 경유 찌꺼기가 남아 있는 유류탱크에 휘발유 가스 등이 섞인 상태에서 이를 제거하는 과정 중 폭발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해경도 가스 프리 과정에서 사고가 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해역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는 인천해경 511경비함 김성훈 함장은 “배가 두 동강이 난 것으로 미뤄 탱크 안에 폭발성이 강한 휘발유 찌꺼기나 가스 등과 같은 인화물질이 많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제발 살아만 있길…”


해경은 폭발로 숨진 이 씨 등 5명의 시신을 인천 남구 숭의동 성인천한방병원 장례식장에 안치했다. 이에 따라 두라3호 선사가 있는 부산 영도구 대평동 두라해운㈜에 모여 있던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 20여 명은 이날 밤 장례식장에 도착해 오열했다. 이 씨의 어머니는 “부모의 말을 한 번도 거스르지 않는 착한 아들이었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특히 실종자 가족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두라해운은 미얀마 선원 가족에게도 전화를 걸어 사고소식을 통보하고, 조만간 빈소를 차릴 계획이다. 두라3호는 침몰이나 폭발사고 등에 대비해 최고 830만 달러를 보상받을 수 있는 영국계 보험에 가입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밤 생존자 5명 가운데 이영준 씨(64) 등 3명은 인천해경에 도착해 사고 경위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폭발 충격에 정신이 없었고, 사고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상황을 잘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사망-실종자 명단 15일 오후 11시 현재>


▽사망자 △이진수(21·3등기관사)
▽실종 및 신원 미확인자 △박양기(67·갑판장) △유준태(52·1등항해사)
△구인주(54·2등항해사) △이종완(22·3등항해사) △부광수(42·2등기관사)
△뗏나잉원(38·갑판원) △산툰린(33·〃) △묘민자우(32·〃)
△조묘아웅(30·〃) △아웅조산(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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