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의 시내버스 승강장. 정차하는 시내버스 번호 안내 푯말만 세워져 있을 뿐 비바람을 막아 줄 시설은 없다.(위), 울산 남구에 설치된 시내버스 승강장. 출입구를 제외한 4면이 유리문으로 가려 있어 비바람을 막을 수 있고 여름에는 창문을 열 수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시내버스 승강장조차 구(區)별로 빈부 차가 나는데 다른 사업은 오죽하겠습니까.”
울산 중구 우정동 집에서 남구 신정동 사무실까지 시내버스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이모 씨(50)는 요즘 새벽 시간 집 앞 버스정류소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다. 찬바람이 불어오지만 승강장은 바람막이조차 없어 추위에 한참을 떨어야 하기 때문. 하지만 퇴근길에는 그렇지 않다. 남구 사무실 앞 시내버스 정류소는 출입문을 제외하고는 사면이 유리로 막혀 있어 따뜻하게 시내버스를 기다릴 수 있다.
울산지역 시내버스 승강장이 구군마다 천차만별이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부자 구는 비바람을 막아주는 시설이 있지만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구는 그렇지 못하다.
승강장이 현대식 시설로 바뀐 곳은 남구. 남구는 최근 신정동과 삼산동 등 주요 시내버스 정류소 50곳을 현대식 시설로 교체했다. 곳당 2000만 원씩 총 10억 원이 소요됐다. 새로 설치된 승강장은 가로 5.2m, 세로 2.2m 크기의 사각형 유리박스 형태.
겨울에는 찬바람이 차단되고 여름에는 승강장 뒤편 유리문을 열면 통풍이 잘 된다. 새 승강장 바닥도 지열과 차가운 냉기를 막아주는 우레탄으로 시공했다. 남구는 앞으로 30억 원을 추가로 들여 남구지역 161개 승강장을 모두 현대식 시설로 바꿀 계획이다.
나머지 구는 승강장 교체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구지역 승강장은 지붕만 있을 뿐 사방이 뚫려 찬바람을 맞으며 시내버스를 기다려야 한다. 일부 지역에는 지붕조차 없다.
현재 울산 시내에 설치된 시내버스 승강장은 총 982곳. 이 가운데 남구의 211곳을 제외한 중구(126곳), 동구(92곳), 북구(156곳), 울주군(397곳) 등 771곳은 승객들이 여전히 겨울에는 추위에, 여름에는 더위에 시달려야 할 처지다.
같은 지역에서도 이처럼 ‘빈부격차’가 생기는 것은 승강장 교체 업무가 1997년 7월 광역시 승격과 함께 각 구군으로 넘어갔기 때문. 울산시 관계자는 “구군에서 승강장 교체를 건의해오면 전체 사업비의 20∼30%를 조정교부금 형태로 시가 지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재정이 열악한 구군은 조정교부금 이외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시설 현대화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