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투신여고생 父 “학교측 무책임이 더 가슴아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7일 14시 31분


코멘트
"일이 터지고 나서 학교 측이 보여준 무책임한 태도 때문에 더 가슴이 아팠다"

지난 2일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14층에서 투신해 숨진 송모(15)양의 아버지(46)는 애통한 딸의 죽음이 되살아나는지 설움을 참으며 힘겹게 입을 뗐다.

요즘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낸다는 그는 27일 인터뷰에서 "학교 친구들의 따돌림과 교사의 무관심 때문에 딸이 생목숨을 끊은 것으로 의심되는데도 학교측은 제대로 조사는 하지 않고 시간만 끌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송씨는 "말 한마디 없다가 2주 가까이 지난 15일에야 학교에서 '1차 조사가 끝났으니 나오라'는 연락이 왔다"면서 "학교에 가 보니 내 딸이 `이기적이고 소유욕이 강했다'는 식으로 나쁘게 쓴 학생 8명의 진술서를 내밀었다"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송씨는 "너무 기가 막혀, 딸이 '왕따'로 고민하며 인터넷 미니 홈페이지와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 남겨 놓은 글을 교장에게 보여 줬더니 그제서야 `다시 조사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측의 연락을 받고 이달 22일 다시 갔더니 상황이 180도 바뀌어 있었다고 송씨는 전했다. 학교 측이 왕따 가담 학생을 14명이나 추려내 많은 양의 진술서를 받아 놓았더라는 것이다.

송씨는 "1차 조사 때 진술서 2장을 썼던 학생이 이번에는 14장을 썼더라"면서 "애 엄마는 '차가운 학생부 교실에서 수십 장의 진술서를 쓰느라고 이 아이는 얼마나 힘들었겠냐'며 되레 마음 아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때까지도 학교 측은 조사위원회조차 만들지 않고 생활교육부장에게 모든 일을 맡겨 놓고 있었다"면서 "조사의 진정성을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 측이 3주가 넘도록 문제의 핵심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죽은 송양이 집단 괴롭힘을 당할 때) 학생 14명이 둘러싼 것은 맞지만 단순한 말싸움이었다', '담임교사가 몸이 아파 조퇴하는 바람에 (송양한테) 상담을 해 주지 못했다', `담임교사의 당시 일정표는 공개할 수 없다' 등과 같이 무책임한 말들을 조사결과라며 늘어놓고 있다는 것이 송씨 주장이다.

송씨는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중학생 자살 사건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금도 딸 아이 홈페이지 방명록을 보면 '나도 죽고 싶다'는 학생들의 글이 엄청나게 많이 올라온다"면서 "이런 불행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것을 교육 당국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단따돌림으로 삶의 희망을 버리는 학생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게 내 소망"이라면서 "뒤에 남는 부모는 지옥인지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할 만큼 괴롭다. 절대로 극단적인 마음을 먹지 말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꼭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기를 바란다"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디지털뉴스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