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집 비울때 비밀번호 안바꿨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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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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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아는 딸 친구등 22명이 두달간 번갈아가며 ‘난장판’

부산 해운대구 김모 씨의 아파트 내부. 두 달간 집을 비운 사이 10대 딸 친구들이 무단 침입해 쑥대밭이 됐다. 부산 해운대경찰서 제공
부산 해운대구 김모 씨의 아파트 내부. 두 달간 집을 비운 사이 10대 딸 친구들이 무단 침입해 쑥대밭이 됐다. 부산 해운대경찰서 제공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남편 때문에 이사를 위해 올 8월 러시아로 출국한 김모 씨(44). 두 달 만에 잠시 귀국한 김 씨는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현관을 열었다가 할 말을 잃었다. 200m²가량(약 60평)의 내부가 쓰레기장으로 변해 있었던 것. 방 6개와 거실에는 이불과 옷가지, 가재도구가 널브러져 있었다. 먹다 남은 음식으로 악취가 진동했다. 거실 진열장에 있던 고급 양주 10여 병은 비어 있었다. 500만 원 상당의 러시아 유화도 칼로 찢겨 있었다. 한 세트에 200만 원이 넘는 체코산 크리스털 잔도 박살나 있었다. 거실에는 불을 피운 흔적도 있었다.

출국하기 전 중학생 막내 딸(12)이 친구 황모 양(12)을 집으로 데려온 게 화근이었다. 황 양은 출입문 비밀번호를 기억했다가 김 씨 가족이 출국하자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 황 양은 선배 정모 군(14) 등 2명을 불러들였고 다시 정 군이 친구를 불렀다. 친구의 친구가 다른 친구를 불렀다. 순식간에 6개 학교 중고교생 22명의 아지트가 됐다. 이들은 현금과 귀금속, 옷가지 등 3000만 원 상당을 훔치기도 했다. 해운대경찰서는 26일 김 씨 집의 컴퓨터 접속 및 아파트 폐쇄회로(CC)TV 기록을 분석한 뒤 황 양 등 22명을 절도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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