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하기 위해 토요일까지 나와서 일했습니다. 그만큼 성실했던 학생이었는데….”
광주 S대학 자동차과에 합격한 전남 모 특성화고교 자동차과 3학년 김모 군(18)이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초과 근무를 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김 군은 9월경 수시모집에 합격한 뒤 이달 13일 ‘자동차과에 등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예치금 20만 원을 대학 측에 납부했다. 이 대학 자동차과 1학기 등록금은 288만 원이다.
담임교사 차모 씨(50)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군은 3년 동안 한번도 결석을 하지 않을 정도로 성실하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갔다”며 “자동차 디자인 전문가가 되려는 꿈을 키우기 위해 대학 진학을 선택했는데 뇌출혈로 쓰러졌다니 무슨 날벼락이냐”고 말했다. ▼ 특근 야근… 1주일 58시간 격무… 회사도 ‘값싼 노동력’ 눈감아와 ▼
김 군은 성적이 늘 상위권이었으며 자동차정비기능사, 지게차운전기능사, 용접기능사, 워드프로세서 1급 등 자격증 4개를 취득할 정도로 학업에도 열성적이었다. 김 군의 부모는 외아들이 쓰러지자 망연자실한 상태다.
자동차 전문가 꿈을 키우던 김 군은 기아차 광주공장에 8월 18일경 입소했다. 10일 동안 교육을 받고 28일부터 도장공장 생산라인에 배치돼 처음 1주일은 야간근무를 했다. 1주일 간격으로 주야를 번갈아 근무했다. 김 군은 생산라인에서 일한 지 3개월째 되던 날 안타까운 변을 당했다. 김 군은 토요일이던 17일 기아차에 실습을 나온 학과 친구 14명 가운데 혼자 8시간 근무를 자청했다.
김 군은 이날 오후 8시경 광주공장 기숙사 앞 경비실에서 의식을 잃었다. 앞서 김 군은 토요일 8시간 동안 특별근무를 하고 기숙사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한 뒤 친구 장모 군(18)에게 “머리가 아프다”며 두통을 호소했다. 장 군은 “김 군이 늘 건강했다”고 말했다.
김 군은 친구와 함께 병원으로 가다 쓰러졌고 119에 의해 광주 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병원 의료진은 “아직 젊어 의식이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김 군은 하루 평균 10시간, 1주일 평균 50시간 일했다. 특근을 포함하면 최대 58시간까지 일했다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 46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는 없다. 회사 측은 김 군이 근로기준법을 어겨가며 일했다는 지적에 수긍했다. 김 군은 한달 평균 2, 3차례 토요일 특근 근무까지 자청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한달에 200만 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지역 한 특성화 고교 교사는 “숙련되지 않은 실습생이 주야 교대 근무를 하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라며 “주야 근무 특성으로 기아차를 기피하는 실습생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노사 모두는 김 군에 대한 산재 처리와 함께 후유장애에 따른 보상비 지급 등에 최대한 노력하기로 했다.
노조 측은 “회사 측이 김 군과 같은 실습생을 쉽게 쓸 수 있고 막 입사한 정규직보다 임금이 15∼20% 덜 들어간다는 이유로 혹사시켰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한달 평균 190만∼200만 원을 버는 실습생들은 월급을 더 받고 싶어하고 생산라인도 계속 가동되기 때문에 야근에 특근까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광주공장 고교 3학년 실습생 60여 명 가운데 미성년자 20여 명의 실습을 중단하고 학교로 복귀시켰다. 회사 측은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습생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조기 입학한 학생이 미성년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다”며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게 돼 책임감을 느끼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근무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법의 틀 안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역 학교와 회사가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 1일 기준으로 전국 697개 고교에서 고3 학생 5만1760명이 실습(취업)을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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