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온도 20도 넘었네요… 경고장 받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6일 03시 00분


■ 에너지 낭비 단속 첫날 표정

서울 중구청 직원들이 겨울철 전력 과다 사용 집중단속 첫날인 15일 서울 명동의 한 의류매장에서 실내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오차를 감안해 20.5도를 넘는 업소는 1차 경고
장을 받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중구청 직원들이 겨울철 전력 과다 사용 집중단속 첫날인 15일 서울 명동의 한 의류매장에서 실내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오차를 감안해 20.5도를 넘는 업소는 1차 경고 장을 받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아침에 난방기를 틀어놨다가 현재는 꺼놓은 상태인데….”

최저 온도가 영하 5도까지 떨어진 1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R호텔. 중구청과 지식경제부, 에너지관리공단 등의 직원이 들이닥쳐 측정한 로비의 온도가 20.53도, 식당가는 21.75도가 넘어서자 호텔 측은 당황했다. 호텔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맞춰 온도를 조절했지만 20도 이하로 낮추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대 전력 100kW 이상을 사용하는 일반 건물은 온종일 실내 온도를 20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이 호텔은 이날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1차 경고장을 받았다. 위반 두 번째부터는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내년 2월 말까지 이뤄지는 정부의 에너지 낭비 단속 첫날, 서울 명동의 중심가 대부분은 정부 시책에 맞춰 실내온도를 20도 이하로 유지하고 있었다. 인근 롯데백화점 OCI빌딩 등은 아예 난방기를 껐으며 P호텔 역시 로비 온도가 16도에 그쳤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펼치는 소규모 화장품과 옷가게들은 손님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낮에는 매장 문을 활짝 열고 영업 중이었다.

송유종 지경부 에너지절약효율화추진단장은 “문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는 실내온도를 20도로 맞추더라도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들도 단속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권 역시 정부의 절전 시책에 협조하기 위해 ‘전력 피크시간대(오전 10시∼낮 12시, 오후 5∼7시)’에 난방기 가동을 멈춘 곳이 많았다. 롯데백화점 측은 “지난달 1일부터 크리스마스 조명을 오후 5시 40분부터 11시까지 점등해 왔는데 앞으로는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만 켜겠다”고 밝혔다.

단속 첫날은 기업과 건물주 등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졌지만 추위가 본격화되면 강제 절전 대책의 효과가 지속될지 반신반의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정부 단속 기간에 개인 사업자들과 시비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노래방과 유흥주점 등이 주로 사용하는 네온사인을 오후 5∼7시에는 사용할 수 없다 보니 가뜩이나 장사가 되지 않는 개인 사업자들의 항의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수력원자력은 “13일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됐던 울진 원전 1호기가 15일 오전 2시 1분부터 전기를 생산했다”며 “16일 오후 3시 25분경에는 최대 출력인 시간당 95만 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14일 가동이 중단된 고리 원전 3호기는 발전기에 직류전원을 공급하는 장치의 케이블 손상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잇따른 원전 고장과 관련해 지식경제부는 홍석우 장관 주재로 한국전력, 발전 6사, 전력거래소 등 10개 유관기관장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 대책회의를 열고 특별 감사반을 구성해 발전소 설비운영 등 관리체계와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찾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로 했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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