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끝내 못밝힌 디도스 배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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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씨 단독범행” 발표… 檢 송치

“20대 한나라당 의원 운전기사가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당선을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마비시키겠다고 혼자 결심한 뒤 지인에게 공격을 지시해 몇 시간 만에 사이버테러를 감행했다. 공 씨와 범행을 상의한 국회의장 비서는 공격 직전 청와대 행정관 및 여당 의원 비서들과 만났지만 범행을 모의하진 않았다.”

경찰이 선관위 홈페이지를 마비시킨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 공모 씨(27)와 그의 주변 인물을 열흘간 조사한 결과다.

9일 경찰청은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던 10월 26일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으로 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가 마비된 사건은 공 씨의 단독범행이라고 발표했다.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는 중대범죄여서 특정 정치집단의 계획적 범행이란 의혹이 줄기차게 제기됐지만 경찰은 사건의 배후를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공 씨는 10월 25일 오후 11시 40분경 국회의장 전 비서 김모 씨(30)와 한나라당 공성진 전 의원의 전 비서 박모 씨(35) 등 5명과 술을 마시다 김 씨에게 “선관위 홈페이지를 다운시키겠다”고 한 뒤 고향 후배 강모 씨(25)를 통해 공격을 감행했다.

조사 과정에서 김 씨와 박 씨는 공 씨와 술자리를 갖기 전 서울 광화문의 한 한정식집에서 청와대 국내의전팀 행정관 박모 씨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비서 김모 씨 등과 2시간 반가량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당시 이들이 선관위 공격에 대한 사전모의를 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 씨의 단독범행이라고 보기엔 해소되지 않는 의혹이 적지 않다. 1년 2개월 경력의 20대 국회의원 운전기사가 자신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특정 후보를 위해 이런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특히 선거 전날 밤 공 씨가 자신의 고향 선배이자 ‘정신적 멘토’인 국회의장 전 비서 김 씨의 만류를 뿌리치고 굳이 범행을 감행한 것도 의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술김에 선관위를 공격했다”는 공 씨의 자백 외에 별다른 물증을 내놓지 못했다. 경찰은 9일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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